따라쟁이

엄지 척, 사랑이

by 바비정원

어려서 사랑이는 나의 껌딱지였다.

난 언제나 '사랑이 엄마'였고, 그것은 10년 후 빛나가 태어나기 전까지 변함이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성인이 된 사랑이를 서울에 혼자 남겨놓은 채 나는 강원도 집으로 떠났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사랑이와 나는 소소하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사춘기도 변변히 없었던 속깊고 배려심 많은 사랑이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 거다.

나 역시 사랑이가 언제까지나 여린 공주로 남아있길 원하지 않았다.

조금씩 쌓여간 서로의 감정 찌꺼기들이 급기야 사랑이 결혼전에 여러 차례 고성으로 터지고 말았다.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씩씩하길 바랬으니까.

그리고 이제 사랑이가 결혼을 한다.


사랑,

카메라에 너의 모습 담고 있는 아빠를 따라, 뒷걸음질 치며 웃던 따라쟁이 사랑아.

첫째 딸 프리미엄으로 철철이 예쁜 드레스 입고, 엄지손가락 고추 세워 '아빠 최고'를 외치던 멋쟁이 사랑아.

어린이집 1층 엘리베이터에서 가기 싫다고 버티며 눈물 쏟아내던 떼쟁이 사랑아.

하기 싫은 일이면 길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뒤로 넘어가 머리를 땅에 찧고 마는 고집쟁이 사랑아.

또렷하고 희미한 너의 모든 순간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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