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은, 이기자
동해안 작은 카페 '블리스'엔 내가 며칠간 손품 팔아 힘들여 찾아냈던 등받이 의자와 똑같은 의자가 있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난 의자를 보고 흠칫 놀랐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은 자그마한 카페, 바닷가 바로 앞이라 큰 파도가 몰아치기라도 하면 바닷물이 카페 안으로 밀려 들어올 것만 같았다.
카운터 안쪽 커피바에는 카페 주인 결이는 보이지 않고, 앞치마를 두른 이 기자가 손님맞이 준비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오픈 시간이 지났는데 준비가 덜 되어 쫓기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C신문사 부장이었던 그녀가 화가 고 김점선 선생님과 함께 인제집으로 남편을 찾아왔을 때다.
예리하면서 부드럽고, 선명하면서 배려있는 눈초리가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녀의 외동딸 결이는 사랑이와 동갑이었다.
분초를 다투며 힘든 신문사 마감시간을 맞춰가던 그녀 뱃속에서 결이는 아팠던 것 같다.
급할 거 하나 없는 걸음걸이로 카운터로 온 결이에게 시그니처 커피와 조각케이크를 시키는데, 혹여 결이가 실수할까 봐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그녀가 남편을 알아봤다.
그녀는 반가움에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뛰어나와 우리와 함께 자리했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청탁 글들을 쓰고, 주말에는 이곳에서 결이의 자립을 돕고 있다고 했다.
대화 중에도 결이가 신경 쓰이는 듯 곁눈질로 결이를 찾는다.
블리스가 무슨 뜻이냐는 나의 질문에 곧바로,
"블레스의 명사형"
바다가 훤히 보이는 2층 통창의 주인 방을 보여주며 놀러 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카페를 나와 여름 성수기 동해바닷가에 몰려든 인파를 뚫고 한참을 걸었다.
그녀를 찾아온 축복, 그 축복을 지키려는 책임감의 무게가 내 어깨 위로도 느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