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는 무한리필, 강원도 매느리들
드디어 산골에도 봄이 왔다.
지난 주말 흰 눈이 펑펑 내릴 땐 도대체 봄이 언제나 오려나 싶더니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찾아온 화창한 날씨가 구석구석 숨어있던 눈까지 모두 녹여주었다.
눈 덮여 얼어있던 땅이 녹아 장화를 신어야 할 정도로 질퍽이더니 그것도 잠시 뽀송하게 말라가는 앞마당이 산뜻함을 더해주었다.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등산로 입구까지 산책을 나섰다가 호미 가지고 나오라는 부녀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돌아왔다.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옛말이 떠올라 챙 넓은 모자에 목 긴 장갑을 챙겼다.
호미와 사과 두 알까지 쑤셔 넣은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를 옆구리에 끼고 곧바로 다리 옆 빈 고추 밭으로 달려 나갔다.
벌써 부녀회장님과 함께 여러 부녀회원들이 한 보따리씩 냉이를 캐고 있었다.
좋은 목을 잡아주시는 부녀회장님 덕분에 한 고랑 자리 잡고 앉아 냉이를 캐기 시작했다.
골골이 파릇하게 줄 서 올라오는 어린 냉이들을 한 뿌리씩 캘 때마다 쌉싸래한 냉이향이 코끝을 간질이며 퍼져 나갔다.
가지고 간 사과를 꺼내 쩍쩍 소리 나게 쪼개가며 이웃들과 나누었다.
냉이를 캐는 동안,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점괘를 잘 본다는 신 내림받은 이웃의 오싹한 이야기,
손녀의 출생을 의심하는 시어머니의 떨떠름한 이야기,
좋은 약초를 바로 알아보는 숲해설가의 놀라운 이야기,
마을 첫 담배가게 매점의 활기찬 이야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이삿짐 챙겨 떠난 이웃의 안쓰러운 이야기,
바람피운 이웃집 남편 혼내주던 통쾌한 이야기.
저녁 반찬으로 냉이 겉절이와 냉이된장찌개를 끓였다.
냉이를 생으로 겉절이 해서 먹어본 적은 없었는데, 이웃들의 추천으로 저녁 상에 올렸다.
감자라면에 냉이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추가하라는 딸 추천 레시피는 내일 점심으로 낙점되었다.
갓 캔 냉이향이 양념들과 어우러져 집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