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광박 사기사건

내 친구는 사기꾼, 옹고집

by 바비정원

그녀가 날 찾아온 건 7년 전이었다.

양양 바다를 보러 오는 길에 들렀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의 반짝거리던 총기가 많이 흐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어느 날 친구 남광박과 동업하겠다고 했다.

제주도에 있는 땅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서 휴양 빌라 단지를 짓는 사업이었다.

분양이 안되더라도 한 채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덮어놓고 믿는 옹고집 남편이 미덥지 않았다.

극구 반대하는 그녀에게 남편은

"너 때문에 될 일도 안된다"는 그 흔한 무능한 남편들의 드라마 대사를 날리며 욕 한 바가지를 퍼부었다.

남편의 통장에 있던 돈은 순식간에 남편 친구와 동업하는 사기꾼 사장에게 이체되었다.


남편은 그녀에게 계약서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가면 흔하게 받을 수 있는 그럴듯한 광고 카탈로그였다.

그 카탈로그 아래쪽에 볼펜으로 남편 이름, 투자금액, 투자지분, 월 이자, 사장 이름이 슬렁슬렁 쓰여 있었다.

이것이 계약서의 전부였다.


투자 한 달 후 사기꾼 사장은 자금난에 허덕이다 자살했다.

그녀의 남편 돈 만은 꼭 갚아주라는 쪽지가 나왔다고 했다.

친구 남광박은 자기 이름으로 투자한 제주 땅 등기부 일부에 친구인 그녀 남편 이름을 올려주었다.


얼마 후 친구 남광박이 찾아왔다.

일단 약간의 현금을 받고 남편이 지분을 포기해 주면 자기가 알아서 나머지 돈을 갚아주겠다는 거였다.

그녀의 남편은 친구 심경을 거스를까 봐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녀의 남편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돈을 주겠다며 제주 분양사무소라고 했다.

거리가 멀어서, 일처리를 자기네 제주 법무사사무실에서 해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과 가까운 법무사에서 하겠다고 대답하게 했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서류를 준비해 가겠다며 등기부에 붙어 있는 홀로그램 보안스티커를 떼어서 번호를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그녀는 안된다고 했다.


남광박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그녀 남편이 아는 시내 법무사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받을 돈 일부는 포기하고, 일부는 1년 후에 받기로 하고, 나머지 돈과 서류를 다음날 동시에 처리하기로 했다.

다음날 남편 통장에 입금액이 찍혔다.

그런데 입금액 숫자의 자릿수가 하나 모자랐다.

숫자에 약한 그녀 남편에게 눈속임을 한 것이었다.

그녀는 알아차렸고, 서류는 처리되지 않았다.


여러 순간 사기의 덫을 피해 가며, 사기꾼이 약속한 돈은 조금씩 돌려받았다.

그녀의 얼굴은 힘들고 지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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