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웃음으로 그저, 이로운
야외결혼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쏟아져내리는 장대비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어수선했다.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 로운이 모습이 보였다.
로운 이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언제나처럼 그저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신랑도 웃고 있었다.
그런 로운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로운이 빠는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로운이 동생이 그런 아빠 옆을 지켰다.
분홍색 치마로 한복을 차려입고 예식홀을 오가는 로운엄마 모습이 그려졌다.
그날 로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컨디션 좋을 때 핸드폰에 미리 녹음해 둔 로운엄마 목소리였다.
집으로 와달라고.
혹시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북한산 자락 아래 그녀의 집 거실엔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마른 장작처럼 로운엄마가 누워 있었다.
로운엄마가 난소암 판정을 받은 건 몇 년 전이었다.
수술 후 예후가 좋아 매일 산에 오르며 몸관리를 했고, 나와 함께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가성비 좋은 상품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녀가 윈드재킷이며 뚜껑 달린 유리용기 세트며 이것저것을 내 카트에 담아주었다.
얼마 후 로운엄마의 암은 온몸으로 전이되었다.
"그날이야, 그날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암이 재발한 날과 그 이유까지 알고 있는 듯 웅얼거렸다.
그녀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극구 거부하고, 집 거실에서 간병인도 두지 않은 채 하루하루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가족들은 지쳐갔다.
나를 알아본 로울 엄마는 머리가 아프다며 소리쳤고, 잠시 일어날 듯하다가 바로 거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고통 속에서 그녀는 로운이를 찾았다.
생명줄을 찾듯 전화기를 더듬어 찾아서는 근무 중인 로운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정하고 차분한 로운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호탕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말도 했다.
"아줌마, 안녕하셨어요?
엄마가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하시면 두 발을 꾹꾹 눌러주세요.
그러면 조금 나아지세요."
잠시 후 머리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그녀는 평온해졌다.
엄마 병간호에 지친 로운이 동생을 주려고 사들고 간 아이스크림이 탁자 위에서 녹고 있었다.
거실에는 침대 말고도 양문형 냉장고가 두 대, 커다란 김치냉장고가 한 대 있었지만,
냉동실 안은 아이스크림 하나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레고 블록 쌓아놓듯 크고 작은 얼린 음식물 봉투로 냉동실 안은 가득 차 있었다.
"무슨 냉장고가 두 개나 있고, 얼려놓은 음식은 왜 이렇게 많아?"
나의 질책 섞인 질문에 그녀는 민망한 듯 짧게 대답했다.
"다 이유가 있어."
여러 날이 지나고 로운엄마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로운이네 식구들은 그 후 오랫동안 로운엄마가 얼려놓은 음식들을 하나씩 꺼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