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산책

시간의 끝에서, 강철남

by 바비정원

선배부부가 말없이 찾아왔다.

남편과 함께 장흥집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던 남편의 선배다.

선배는 산에 올랐다가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한 살 연상 선배 부인, 강철남은 불구인 남자를 흔쾌히 남편으로 받아들인 호탕한 성격의 여장부 산사람이었다.


아침 일찍 차에서 내려서서 반가움에 내 손을 덥석 잡는데, 선배 부인의 달라진 외모에 적잖이 당황했다.

40킬로나 되어 보일까, 깡깡 마른 체구에 젖은 수건을 짜놓은 듯한 깊은 주름이 얼굴에 가득했다.

선배는 부인이 바다를 걷고 싶어 해서 고성 가는 길에 우리와 함께 가자고 들렀다.

우리 부부는 선배차를 타고 곧바로 고성으로 향했다.


"어느 날 소변에 피가 많이 섞여 나오는 거야.

깜짝 놀라 대학병원으로 달려갔지."

병원에선 그녀의 방광을 떼어내고 소변주머니를 달아주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중에 직장에서 뭔가 발견되었대."

직장을 잘라내고 대장과 항문을 잇는 수술을 했다.

그녀는 대변주머니를 찼다.

"양쪽에 주머니 하나씩 달고 다녀."

호탕한 그녀가 웃었다.

"방광을 떼어내고 얼마 후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표정이 이상해.

수술 잘 됐는데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조직검사에서 암수치가 높게 나왔대.

암이 있다는 건지 뭔지."

그녀는 같은 병실 환우들의 권유로 머리를 밀고 항암 치료 12번을 받았다.

"심장이 안 좋은 건 좀 됐어.

심장판막에 문제가 있어서."

이번엔 가슴부위를 절개하고 인공 심장 박동기를 넣었다.

길을 걷다가 눈앞이 안 보여 뇌경색 진단이 더해졌고, 마당에 나온 봄나물을 뜯다가 갈비뼈가 부러져 한동안 꼼짝 못 하고 누워도 지냈다.

듣고 있으려니 내 숨이 차올랐다.


"자기는 얼굴에 주름이 하나도 없네."

그녀가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많이 웃는 사람이 주름이 많대요.

"소변주머니가 통통해졌네.

화장실 가서 버리고 올게."

멀리 보이는 그녀가 뿔 달린 도토리 같았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가진항 파도에 밀려오는 미역을 비닐봉지에 주워 담으며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지난번에 부인이 암으로 죽었다는 친구는 혼자서 잘 살고 있나?"

네.

잠시라도 쉬고 싶었던지 아내 병시중으로 지친 선배는 어느 순간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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