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엄마, 배꽃녀
영화 타짜에서 배우 김혜수가 외친 'E대 나온 여자' 3명이 잠시 마을에 함께 살았던 때가 있었다.
강원도 산중 척박한 작은 마을에 흔치 않은 일이었다.
셋 중 가장 맏언니가 세 쌍둥이 엄마 배 씨다.
배 씨는 연하의 남편을 만나 세 쌍둥이를 한꺼번에 낳는 대업을 이룬 후 마을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살았다.
첫째는 엄마의 비좁은 뱃속에서 두 동생들을 건강하게 지켜냈지만, 자신은 많이 힘겨웠던 거 같다.
둘째와 셋째는 첫째에 대한 미안함을 늘 안고 살았다.
옛 가수 정훈희를 빼닮은 배 씨는 차근차근하고 상냥한 말투와 친절함으로 인기가 많았다.
마을이 소개될 때면 언제나 빠지지 않는 간판스타였다.
산골에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치면 배 씨는
"나 E대 나온 여자야."
영화 명대사를 리얼로 읊는다.
그해 겨울엔 첩첩산중 마을에 경찰차가 자주 오갔다.
몇 집 안 되는 마을 사람들은 그 차가 계곡 건너에 사는 세 쌍둥이네로 갔다고 수군댔다.
경찰차가 떠난 얼마 후, 세 쌍둥이 아빠도 세 쌍둥이를 남겨놓은 채 마을을 떠났다.
배 씨의 '산속에서 살아남기' 투쟁이 시작되었다.
배 씨는 늘 정신없고 바빴다.
빨래는 산더미, 주방은 전쟁터, 마당이며 텃밭은 쑥대밭.
통나무집 수리해야 할 곳들은 번호표도 없이 줄지어 대기 중이고, 손님들은 주인 식구들과 뒤엉켜 늘 주인보다 더 주인 행세였다.
계곡 건너 사는 강소령은 밤공기를 마시러 잠시 마당에 나왔다가 불타고 있는 배 씨의 2층 집을 발견했다.
허겁지겁 달려간 배 씨 집안에는 불 난 줄도 모르고 집 한쪽 귀퉁이에서 설거지 하고 있는 배 씨와 2층서 자고 있는 둘째가 있었다.
둘은 무사했다.
하지만 통나무로 지어진 2층 집은 잿더미로 고스란히 사라졌다.
느려진 걸음걸이, 집중력을 잃은 멍한 눈, 깊게 파인 주름, 웃지만 즐겁지 않은 얼굴.
그래도 그녀는 반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