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정의 파고에 잠행하기

by 사월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꽤나 먼, 그래서 차를 사기 전까지는 가볼 엄두도 못 냈던 근교의 카페에 직접 운전해서 갔던 '첫날'을 기억한다. 호기롭게 친구를 조수석에 태우고 햇살이 내리쬐는 시골길을 느릿느릿 달리며 친구랑 웃고 떠들던 소리가 생생하다. 처음 차를 사고 한 달간 체중이 4kg나 빠질 정도로 운전을 무서워했던 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운전하길 잘했다며, 비로소 어른이 된 것만 같아 내심 뿌듯했으니까. 카페에 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 그전까지 어른의 도움 없이는 혼자 갈 수 없었던 곳을, 친구랑 둘이서 해냈으니 그 첫 기억은 강렬히 행복했다. 그만큼 '처음'이란 것은, '처음'이란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즐겁다.


설날이라고 쭈뼛대며 외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한마디 전하는 통화가 왜 그리도 어려웠을까. 전화 한 통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소심한 나지만 외할머니께 만큼은 잊지 않고 전화드리려 노력한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의 빈틈이 느껴지지 않도록 우리 남매를 촘촘히도 먹이고, 입히고, 재우신 분이니까. 그 노고만큼은 평생 기억하고 싶다. 올해로 94세가 되신 할머니.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몇 번이나 남았을까. 난 앞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몇 번 더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은 오늘이 마지막인 줄을 모르기에 마음껏 낭비하며 사는 듯하다.


매일을 처음처럼 생생하고 신나게 경험하며 살겠다 다짐하기엔 끈기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매 순간 마지막을 떠올리며 살 깜냥도 못된다. 지나온 시간은 늘 후회되는 것 투성이이고, 다가올 시간은 불안의 파도로 덮쳐온다. 그런 나약한 마음을 그저 오늘 하루에 붙잡아 둘 뿐이다.


아침을 기도로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결심이랄 것도 없이 해가 바뀌며 어물쩍 시도해 보았는데, 아직까지 별 어려움 없이, 어쩌면 즐겁게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침 루틴으로 잘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교회에 가기 싫다며 엄마랑 언성을 높이며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엄마가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신나서 춤을 추다 날 꼭 안아줄 게다. 그리고 이제 교회도 다시 나가보자며 내 손을 잡아끌겠지만 정중히 사양할 테다. "내 마음이 동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해볼게요." 그러다 또 언성 높이며 싸우게 되겠지만 어쩔 수 없다.


다시 기도로 돌아와 매일 아침 하나님과 약속하고, 스스로도 다짐하는 거다.

오늘 아침도 건강히 눈을 뜨고 새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출근할 일터가 있고, 적든 많든 나를 찾아와 주시는 환자분들이 계심에 감사합니다.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나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음을 마음속에 꼭꼭 새기고, 그래서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떠올리는 것. 그렇게 새로운 오늘 하루를 정말 처음처럼,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날인 것처럼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