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나는 단어 마구 쓰기
뭔가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만으로도
그게 얼마나 축복이었는지 알아가는 봄이다.
무기력과의 싸움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마음이 다 시들어 버릴 것만 같아서
무어라도 써봐야겠다 마음먹었다.
먹어지지 않는 마음이라도 억지로 꺼내 들고.
이렇게 조막만 한 일상이라도 끄적여 보면
그 와중에 내가 무엇이라도 해냈다는 느낌에
조금은 힘이 날지도 모르니까.
4월 20일 부활절엔 정말 오랜만에 교회에 다녀왔다.
거의 10년 만에 교회를 다시 찾은 거라 괜히 긴장되고 그랬는데
막상 가보니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해서
조용히 예배만 드리고 올 수 있었다.
벚꽃 시즌을 놓친 게 아쉬워서
근교의 튤립 축제에 다녀왔다.
튤립이 알록달록 너무 예뻤는데
이때도 무슨 걱정이 한가득이어서 마음껏 즐기지는 못했다.
난 진짜 걱정이 돈이라면 재벌이 될 자신이 있다.
걱정한다고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잔뜩 이고 지고 사는 걸까.
4월 말엔 대학 친구들과 만남이 약속되어 있었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약속에 나가지 못했다.
3명이서 다 같이 뭉치는 건 거의 1년 만의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참석하지 못해 또 기약 없이 밀렸다.
두꺼운 겨울 이불속에 숨어 땀 흘리며 자고 일어났더니
그나마 조금 살 것 같았다.
이대로 주말을 날리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남편과 함께 집 근처 파스타 집에 다녀왔다.
낯선 나라 냄새가 물씬 나는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조금은 전환되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 좀 내려고 했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금방 집에 돌아와 더 쉬었다.
그나마 요즘의 재미는 야구이다.
그렇게 걱정이 많은 내가 요즘 한화 야구를 볼 때면
걱정이 안돼서 신기하기만 하다.
옛날엔 5점 이상 차이로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는데,
요즘엔 1~2점 뒤지고 있어도 안심이 된다.
어차피 뒤집을 거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생전 야구경기는 보지도 않았고
연고지도 전라도인 남편을
이글스 팬으로 끌어들여 미안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엔 "한화 팬 하길 잘했지?"라고 말할 수 있어
내심 뿌듯하다.
최근 한 달간 나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계속 불안하고 우울해 힘들었다.
무슨 일에도 다 울적해하기만 해서
남편도 조금 버거워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이런 마음을 안고 지내다 보니
내 마음이 꽉 막힌 배수구 같아서
그냥 솔직하게 적어봐야 할 것 같았다.
덕분에 이유도 없이 부정적인 마음 한가득인
제 글을 읽어야 했을 문우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던 문구를 적으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힘든 시간을 지나고 계실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When you can't look on the bright side,
I will sit with you in the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