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주권을 찾아서
임신 30주 차쯤이 되면 만삭사진을 남겨두는 것이 유행이다. 보통은 가게 될 산후조리원과 연계된 사진관이 있어서 거기서 만삭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관에 가면 아기 출생 이후부터 100일, 200일, 돌사진까지 영업을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려서 조리원 계약 당시 우리 신상정보를 사진관 측에 넘기는 걸 동의하지 않았었다.
요즘은 셀프사진관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우리가 직접 찍어볼 심산이었다. 남들보다 배가 빨리 불러와서 27~28주쯤 사진을 찍기로 하고 셀프사진관을 알아봤다. 가격은 확실히 저렴했지만 막상 찍어야 할 때가 가까워오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의상이나 소품 준비하느라 어차피 똑같이 돈 드는 거 아니야? 촬영 방법 자세히 안내해 준다고는 하지만 전문가도 아닌 우리가 진짜 잘 찍을 수나 있을까?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려워서 사진관에 안 간 걸 후회하는 건 아닐까?'
새로운 걸 시도해 보기에 앞서서 온갖 두려운 마음이 가득 올라왔다. 그래서 한동안에는 그냥 컨셉이 마음에 드는 사진관을 찾아서 맡겨볼까 싶어 인근 사진관들을 탐색하고 가격문의도 했더랬다. 컨셉이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더라면 달랐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부딪혀 보자! 막상 후회되더라도 괜찮지 뭐. 우리끼리 재밌는 추억 만드는 게 목표니까. 사진이 잘 나오든 기대에 못 미치든 경험이 되는 거잖아.'
결국 우리끼리 한 번 찍어보자고 결심하고 셀프사진관을 예약했다. 다행히도 복장은 집에 있는 옷 몇 벌과 사진관에 구비되어 있는 옷으로 충분했고, 사진관에 다양한 소품들도 준비되어 있어서 따로 돈 들일 일은 없었다. 촬영 전 날 문자로 촬영 방법과 주의사항이 담긴 내용이 와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꼼꼼히 읽었다.
촬영 당일, 떨리는 마음으로 사진관에 도착했고 안내 사항을 따라 하나씩 촬영 모드를 설정했다. 테스트 샷을 몇 장 찍어보며 구도를 잡고 미리 봐두었던 소품들도 세팅했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낯선 사람 없이 우리 둘이 편하게 하고 싶었던 포즈들을 차근차근해볼 수 있어 좋았다. 옷도 우리가 원했던 컨셉으로 3가지나 갈아입으며 시도했고 찍으면 찍을수록 요령이 늘어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촬영 세팅하고 촬영하는 것까지 넉넉히 2시간이 주어졌는데, 1시간 반 정도 촬영하고 나니 하고 싶은 포즈도 거의 다 해보고 이제 그만 찍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어 천천히 정리를 시작했다. 그다음은 셀렉존으로 옮겨 1시간 동안 인화하고 싶은 사진을 고르고, 글씨도 넣고, 몇 컷씩 모아서 수정도 해볼 수 있었다. 나는 촬영하는 시간보다 오히려 이 시간이 더 즐거웠다. 막상 결과물들을 모아놓고 살펴보니 기대이상으로 잘 나온 사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우리 둘이서 해낸 거라니! 기대 이상의 결과물로 한 번 시도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이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또 하나 늘었다는 게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참, 이게 뭐라고 그리 오래 고민했을까.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 앞에서 '후회해도 괜찮으니 한 번 해보기나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이왕이면 도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별 것 없는 만삭 사진 촬영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