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지만 보람찬 육아
새 식구와 함께한 지 벌써 50일이 지났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히 걱정만 컸다. 얼마나 힘들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마주한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고 보람찼다. 아직 겨우 50일일 뿐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즐겁게 육아 중이다. 기쁨이가 순한 아이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행운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기쁨이 덕분에 내가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었나, 매일 새삼 놀란다. 청소나 정리는 늘 뒷전이었던 내가, 아이가 깊이 잠들면 이때다 싶어 환기를 시키고 바닥을 쓸고 닦는다. 기쁨이와 관련된 물건이라면 설거지도 몇 배는 더 꼼꼼해진다. 늘 대충 한다고 잔소리를 듣던 사람이었는데, 이 작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하게 된다.
남편은 내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괴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답답한 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오히려 이렇게 집 안에만 있어도 하루가 꽉 찬 느낌으로 지나가니 그걸로 족하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숨이 막히곤 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질 수 있을까. 새 생명이 가진 힘이란, 한 사람을 단박에 바꿔놓을 만큼 크다!
요즘은 오히려 복직할 날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 복직까지는 앞으로 50여 일이 남았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기쁨이와 함께하는 이 시간을 조금 더 붙잡고 싶다. 남편 역시 내가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더니, 한의원 복귀를 조금 미뤄보는 건 어떻겠냐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 역시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예뻐 보일까. 언제까지 이렇게 마냥 좋기만 할까. 곤히 잠든 기쁨이를 바라보다 문득 알게 되었다. 부모의 눈에 아이는 어떤 짓을 해도 사랑스럽게만 보인다는 걸. 잘 때도, 울 때도, 먹을 때도, 심지어는 방귀 뀌고 똥을 쌀 때조차도. 나도 우리 엄마, 아빠에게 이런 존재였겠구나. 우리 모두가 한때는 존재만으로도 차고 넘치게 사랑스러운 시간을 지나왔구나. 아이를 통해 그 신비를 비로소 알아간다.
이렇게 귀하고 예쁜 아이가 내 딸로 찾아왔다는 게, 우리의 가족으로 와줬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럴 때면 괜스레 기쁨이를 품에 꼭 안은 채 새근거리는 숨결을 가슴으로 느껴본다. 고맙고 또 고맙다. 그렇게 오늘도 서툴지만 보람찬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