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책방지기가 되었습니다.

책방정류장 0일 차

by 사월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책방을 지켜주실 책방지기를 모집합니다.


팔로우해 두고 소식을 꾸준히 지켜보던 작은 동네 책방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게시물이 올라왔다. 마침 하고 있던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내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관련 경력도 없었고, 디자인 전공자를 우대하신다는 문구가 있어서 잠시 망설였다. 이력서를 보낸다면 그동안 한의사로서 일했던 경력밖엔 없을 터라 자기소개서로 나를 설명해야 했다. 일단 한글 파일을 켜서 내가 어떻게 이 책방을 알게 됐는지, 왜 책방지기를 해보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방지기를 하기에는 다소 특이한 경력밖에 없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지원해본다는, 나름 ‘잘 좀 봐주세요.’ 하는 느낌으로 글을 시작했다. 보통 자기소개서에는 내가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활동이나 경력을 쌓았는지, 내 장점이나 단점은 무엇인지 등이 적힐 텐데, 나는 이상하게도 일을 그만두게 된 이야기부터 썼다. 일을 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왜 그런 글을 쓰고 있는지 등의 이야기를 풀었다. 그래도 이력서라고 마지막 문단에는 내가 책방지기가 됐을 때 어떤 장점이 있을지도 피력해 봤다. 몇 가지 장점을 적었는데 그중에는 지금 쉬고 있어서 연말까지 시간이 자유롭다는 것도 포함됐다. 할 일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니 조금 웃펐다. '이런 자소서는 세상에 없겠다, 내가 썼으니까 오늘부터 존재하는 건가?' 하는 실없는 생각도 했다.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이력서를 전송하고 기다렸는데,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마지막으로 면접이라는 것을 본 게 4년 전의 일이라 낯설고 설렜다.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책방에 앉아 책방지기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을 좋아하는지 물어오셨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 한 권만 소개해 달라고 하셨다. 이런 게 면접 질문이라니. 너무 즐거워서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책방지기님은 “정말 감명 깊으셨었나 봐요.”라며 미소 지으셨는데, ‘내가 어지간히 흥분해서 말했나 보다.’ 하고 머쓱하게 웃기도 했다.


면접인 듯 면접 아닌 그런 면접을 보고 다른 한 명의 지원자가 더 있어서 오후에 그 분과의 면접까지 다 끝나면 최종 결정해서 통지해 주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당당히(ㅎㅎ) 합격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일주일에 단 하루, 월요일마다 6시간 동안 동네 책방을 지킨다. 올해 12월까지의 계약이라 달력을 세어보니 딱 11번을 책방으로 출근한다.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11번의 하루들을 기록으로 남겨보려 한다.




요즘 아무 할 일 없는 아침에 눈을 뜰 때면 두려움이 몰려오곤 한다. 일을 쉬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하루만큼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 같다는 중압감에 막막함이 앞선다. 출근해야 하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보니 게으름 피우면 하루 끝에 후회가 크게 남는다. 그런데 이렇게 후회나 하면서 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의 이 시절을 떠올린다면 그때만큼 여유롭고 좋았던 시절도 없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지금을 좋아하자는 생각이 든다. 지금 행복해져 버리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조언은 잠시 뒤로 하고 내가 좋을 대로 한 번 살아보자. 그렇게 살아 낸 하루하루를 먼 훗날 돌아봤을 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올 한 해 남은 11번의 월요일, 총 66시간의 시간을 책방지기로서 온 마음 다해 살아보고 싶다. 이것은 온 마음 다해 책방을 지키는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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