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책방지기 일지 3일 차 (221031)
완연한 가을이다. 출근길 도로를 수놓은 은행잎의 노란 물결 덕분에 마음속이 시원하게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책방에서 가장 긴 시간을 들이는 일은 바로 오늘의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정하는 것이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곳이지만 내가 어떤 음악을 트느냐에 따라 그곳의 정서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날 책방지기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지만 나름의 취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평소에는 잘 듣지 않았던 피아노나 기타 연주곡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무래도 집중해 글을 읽거나 쓰기 위해서는 가사가 없는 편이 났다고 생각했다.
밤이 깊어지는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기타 연주곡이다. 책과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과도 잘 어울리는 곡이니 한 번 들어보시길. 그리고 좋은 곡들을 알고 계시다면 추천도 환영이다.
책방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커피를 마시며 책들을 맘껏 읽는 것도 상당한 행복이다. 그러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해서 인지, 아니면 월요일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날이라 그런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곳에 오게 된 사연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그래서 사람들을 책방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 소모임을 기획해 보고 있다. 내가 읽고 싶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기도 했던 책이 몇 권 있어서 독서 후 수다 떠는 밤을 만들어 보려 한다.
매번 처음 시도하는 일 앞에서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번에도 역시 '월요일 저녁에 오실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되실까, 내가 불러 모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부터 든다. 걱정이 되고 두려움에 휩싸일 때는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에는 어떤 패턴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대로 진행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턴을 파악해 두면 마음의 준비도 수월해진다.
지금껏 살면서 어떤 일을 주어진 기한 내에 마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가? 그런 적은 없었다.
무시무시하다고 상상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지인이든 아니든) 다수의 사람들과 만나기 전에는 가슴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막상 만나고 나면 그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순간순간의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고 헤어짐의 아쉬움에 몸부림친다.
어차피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저질러야 할 것 같다. 책방 주인 지기님께 구상한 아이디어들을 상의드렸다. 그중 몇 가지는 애매하다 판단되어 정리하고, 실제로 해볼 수 있는 모임의 큰 틀이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책과 모임 일시, 참여 대상, 참여 방법 등을 생각해보고 sns에 어떤 방식으로 홍보할지 구상해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다.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