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견디는 게 힘겨운 날에

월요책방지기 일지 4일 차 (221107)

by 사월

11월에 들어서면서 마음속이 공허하다 느껴지는 날이 많았다. 계절 탓인지, 연말이라 그런 건지, 순전히 내 안의 문제인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마음이 허할 때일수록 비어있는 시간이 무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일상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자유로 느껴져 즐겁지만, 울적한 날에는 길을 잃은 것처럼 당혹스럽고 막막하다.


학교 다니며 시험 보고, 숙제하고, 공부했던 시간들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돌아간다 해도 내가 해왔던 것만큼 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의 막막함 앞에서 문득 그 시절이 그립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찾아 나서지 않아도 매일같이 할 일이 주어지고 해내야 했던 그 시절 말이다.


요즘은 자유가 두렵다. 나만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버겁다. 책방에 왔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수많은 책들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따분하고 귀찮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루를 낭비하듯 살고 나면 저녁에 밀려오는 죄책감과 한심하다는 생각에 뭉개진다.


평소 같으면 이런 감정은 혼자서만 보는 일기장에 적어둔다. 그런데 오늘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사실은 마음이 자꾸만 밖으로 비집고 나와서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끄럽지만 이렇게 솔직한 내 심정을 털어놓고 나니 이 마음이 조금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졌다.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그래서 쉬고는 있지만 한편에 항상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쉴 자격이 있나? 힘들어할 자격이 있는 걸까?'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주는 것과 그렇게 느낄만하다고 인정해주는 것뿐이다. 어렸을 때는 친구에게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일상의 매 순간마다 그런 이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타인에게 이해를 받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그 위로조차 솜사탕이 물에 녹듯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나만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튼튼히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완전히 인정할 수 있게 될 때 마음 근육도 단련되어 버거운 마음이 조금씩 수월해지기도 한다.


울적했던 하루도 어김없이 저물었다. 그런 날에도 책방은 묵묵히 곁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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