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책방지기 일지 5일 차 (221114)
책방정류장에는 따뜻한 우체통이 있다. 익명의 책방지기에게 고민이나 어디 가서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편지로 쓰면 답장을 해주는 편지함이다. 책방지기가 된 후 처음으로 편지가 들어왔다. 무려 두 통이나! 한 통은 내가, 다른 한 통은 화요일의 책방지기님께서 답신을 쓰기로 했다.
익명의 한 손님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아주 정중하게 응원의 말을 부탁하셨다. 편지지 세트를 직접 구입하시고 편지를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 놓아 미안하다는 말이 적혀있어 괜히 더 속상했다.
편지의 주인공은 이미 자신에게 어떤 말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익명의 누군가를 위해서 위로와 응원의 말들을 적었다. 그리고 힘들 땐 이렇게 어디든 기댈 수 있는 곳에 잠시라도 기대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타인을 위로해주며 스스로 위로받았다. 그런 위로와 응원의 말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그 말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건네기엔 부담스러운 인색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을 무렵, 재잘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두 명의 중학생 소녀들과 한 명의 선생님이 정적을 깨고 들어왔다. 적적하던 월요일 저녁, 책방은 사람의 온기로 가득 찼다. 아이들에게 독립서점이 어떤 곳인지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일부러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귀한 손님들이었다. 심지어 선생님께서는 이미 한 권의 책을 출판해 내신 작가님이셨다. 월요일 저녁에 책방에 들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책들을 왕창 사가시고, 직접 쓰신 책도 한 권 선물해주시고 가셨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의 쓰나미였다.
책을 20권 넘게 구입하셔서 오랜만에 바코드를 열심히 찍었다. 책 플렉스는 처음 본 광경이라 학생들에게 이런 사치는 흔치 않은 경험이라며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아직 포스기에 등록되지 않았던 책들도 있어서 새로운 도서를 등록하는 방법도 배웠고, 덕분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이렇게 어엿한 책방지기로 거듭나는 거겠지. 뿌듯한 마음을 안고 책방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