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책방지기 일지 6일 차 (221121)
책방정류장에 총 11번의 출근을 할 예정이고, 그중 오늘은 벌써 6번째 출근이다. 절반이 지났다. 여전히 책방 비밀번호는 외우지 못해서 올 때마다 굳게 잠긴 문 앞에 서서 지난 문자를 확인한다. 책방에 들어온 후에는 더 이상 안내문을 보지 않고도 할 일을 척척 해낸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옴과 동시에 문에 걸린 팻말을 open으로 돌린다.
앞뒤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힌다.
컴퓨터와 포스기를 켜고, 적막이 흐르는 책방에 일단 전날 책방지기님의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시켜 활력을 불어넣는다.
바닥을 쓸고 책상에 앉은 먼지들을 말끔히 닦아 낸다.
쓰레기통이 얼마나 찼는지 열어보고 새 봉투로 갈아준다.
밤 사이 고양이 사료가 얼마나 비었는지 확인하고 새것으로 채워 놓는다.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를 선정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음악들로만 고르니 슬슬 지루해져서 '가을', '카페', '독서', '감성' 등 그날그날 구미가 당기는 키워드의 플레이 리스트를 참고한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관찰하고 찍어서 책방 오픈 공지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한다.
지난 한 주간 일일책방지기들이 남기고 간 소중한 책방 일지를 읽어보고 책방 블로그에 게시한다.
이 정도가 공식적인 업무다. 그렇게 할 일을 하고 있다 보면 주인 책방지기님께 전화가 오기도 한다. 익명 우체통의 편지 쓰기나 정기 구독자님들의 책을 포장하는 일, 책방 모임을 어떻게 할지 등을 부탁하거나 상의하기 위한 연락이다.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날들이기에 어쩌면 지루하게 흘러갈 법도 한 책방지기의 하루이지만, 신기하게도 매주 새로운 일들을 하나씩 해왔다.
벌써 능숙해진 6번째 출근 날에는 다음 주 열리는 독서모임 참가자들에게 보낼 '사전 공지 문자' 내용을 생각해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참! 총 2회의 독서모임을 계획했다. 좀 더 자주 사람들을 모아보고 싶었지만 역량 부족으로 한 달에 한 번 씩,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독서모임을 개최해보기로 했다. 일단 11월 모임을 위해 선정한 도서는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이다. 이미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한 편씩 읽어본 글이고, 작가님에 대한 팬심, 그리고 평소 관심이 많은 주제인 '가족'이나 '노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첫 모임 도서로 골랐다.
모임 3주 전에, 조금 늦은 공지를 올렸기 때문에, 그리고 월요일 저녁이라는 핸디캡도 있어서 과연 신청자가 계실까 하는 의문이 앞섰다. 하지만 '이 책'에, '우리 책방'에, '그날'에 이끌림이 있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어련히 오실 거라는 믿음에 나의 걱정을 맡겼다. 설령 안 계시면 어쩌겠는가. 12월 모임을 기약하는 수밖에!
다행히도 벌써 두 분이나 신청하셨다고 하셔서 정성스레 모임 사전 공지 문자를 작성해 보았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을 앞두고 매번 망설이곤 했던 마음을 알기에, 부담을 덜어드리고 환영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말들을 써 내려갔다. 모임 전 날 이 말들이 닿아 한층 더 가벼운 마음으로 책방에 놀러 오실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글을 쓰면서 익숙했던 단어들의 구체적인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볼 때가 많다. 오늘은 '어련히'라는 단어에 꽂혔다. 어련히 란 '따로 걱정하지 아니하여도 잘될 것이 명백하거나 뚜렷하게.'라는 뜻의 부사이다. 나의 첫 독서 모임은 어련히 잘 될 것이다. 아름다운 단어라는 생각을 하며 6번째 책방지기의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