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을 만나기 전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험이 끝난 후 항상 정해진 코스처럼 찾아가는 곳은 영화관이었다. 그저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때우는 취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영화’라는 것의 의미가 달라졌다. '영화'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으로 삼을 수 있기를 바라는 ‘꿈’이라는,또 다른 의미의 '영화'가 생겼다.
‘누구보다 많은 영화를 보았다!’라고 자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한 편의 영화를 최대한으로 음미하며 보았다!’라는 말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하곤 했다.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는 수많은 영화를 정신없이 보면서 점점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면서 살게 되었다. '곧 나에게도 영화 같은 일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약 없는 기대감을 가지며 영화와 현실을 혼돈하게 되는 그러한 모호한 경계 속에서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다 얼마 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뻐금-’하며 현실 공간의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는 시간이 생겨버렸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참 지금 생각해도 별말 아니었다. 하지만 그 '별말'도 아닌 것이 가슴에 콕 박혀버렸다. 그리고 그 '별말' 아닌 말에 한동안 쉽사리 잠들지도 못했다. 내가 현실이 될 거라고 꿈꿔왔던, 그리고 현실이라고 착각했던 영화 속의 장면들이, 인물들이, 생각들이, 한 순간에 잿빛으로 변하며 마음속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한동안 마음속에서 쉴 새 없이 방황하던 중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사람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구경하기 시작했다,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떠한 현실을 맞이하며 지내고 있을까.. 그 현실이라는 것은 뭘까.'
'사람들은 지금 어떠한 현실 속에서 어떠한 삶을 살며, 어떠한 영화를 보며,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
솔직히 고하자면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궁금증을 갖고 살지 않았다. 다른 누구보다 ‘나’라는 사람이 가장 궁금하고 걱정되어 다른 누구에게 눈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현재, 드디어, 이제야 ‘다른’ 사람에게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대들의 눈을 바라보는 시간'
사춘기 소녀처럼 갑자기 터져 나오는 '다른'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바라보고, 나누고, 쓰는 글을 쓰고 싶다. 가볍게는 뭐하고 사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떠한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지, 왜 그 영화를 좋아하는지, 그대에겐 영화란 어떤 존재인지, 내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의미와 그대가 생각하는 ‘영화'라는 의미는 어디가 다르고 어디가 같은지... 그대도 나처럼 현실로 착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수없이 터져 나오는 궁금증을 하나 둘 풀어내며 '사는 얘기'를, '살아가는 얘기'를 '살아가야 하는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대들에겐 '현실'은 어떤 의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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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