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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Sep 01. 2021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아주 작은 기적의 순간이 있다

영화 <기적>_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기적

외출 준비로 분주한 어느 화창한 날의 일이다. 혹여나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집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외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아빠는 언제나처럼 거실에 펼쳐놓은 이부자리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다. 외출복을 입은 채 거실과 방을 오가며 돌아다니고 있는 나를 아빠는 티비를 보면서도 말없이 쓱쓱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는 듯 보였다. 평소 아빠에게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편은 아닌지라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간다는 말없이 외출 준비를 마쳤고 나가기 전 물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 앞에 서 있는 내 뒤로 언제 왔는지 아빠가 다가와 내 등을 탁탁 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어깨 펴고 다녀, 어깨. 허리에 힘을 빡 주고 어깨를 쭉 펴고 다니란 말이야. 그래야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지 않는 거야. 그렇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며 아빠는 이 정도까지 어깨를 펴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내 양 어깨를 잡고 등 뒤로 쭉쭉 잡아당겼다. 그걸로는 성이 안찼는지 자신의 어깨까지 손수 접어 보이며 다시 한번 더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말고 언제나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다녀야 하는 거야. 아빠 말 명심해, 알았지. 가끔 피곤함에 어깨가 굽어질 때면 아빠의 꽤나 단호했던 말을 떠올리며 자세를 고치곤 한다. 그 말속에 담겨 있던 마음을 떠올리며. 어쩌면 당신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지 않았을까 조금 상상해보며.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
오늘부로 청와대에 딱 54번째 편지를 보낸 ‘준경’(박정민)의 목표는 단 하나!
바로 마을에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다.

기차역은 어림없다는 원칙주의 기관사 아버지 ‘태윤’(이성민)의 반대에도
누나 ‘보경’(이수경)과 마을에 남는 걸 고집하며 왕복 5시간 통학길을 오가는 ‘준경’.
그의 엉뚱함 속 비범함을 단번에 알아본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와 함께
설득력 있는 편지 쓰기를 위한 맞춤법 수업,
유명세를 얻기 위한 장학퀴즈 테스트,
대통령 배 수학경시대회 응시까지!
오로지 기차역을 짓기 위한 ‘준경’만의 노력은 계속되는데...!

포기란 없다.
기차가 서는 그날까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준경의 자랑거리를 늘어놓는 보경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집으로 가기 위해 함께 기차를 타고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보경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준경의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며 오늘 수상한 트로피를 소중히 쓰다듬는다. 오갈 수 있는 길은 오직 기찻길 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이 없어 어둡고 긴 터널과 기찻길을 매번 위험천만하게 건너야 하는 그들은 이제는 그 위험한 순간마저 삶의 일부분인 듯 초연하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마을로 향한다. 오직 기찻길만을 의존해 길을 건너고 있는 그들 뒤로 예고도 없이 기차가 달려오기 시작하고 그들은 유일하게 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몸을 숨기기 위해 숨 막히는 질주를 하게 된다. 매번 목숨을 담보로 길을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준경은 오늘도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편지를 청와대에 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준경의 엉뚱한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던 라희는 준경에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준경이 살고 있는 마을에 기차역이 없어 매번 위험천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라희는 준경과 함께 기차역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한다. 영화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곳곳에 귀여운 위트들을 담아내며 누군가가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부디 퇴색되지 않고 지켜졌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 소중히 간직했을 어떤 마음. 아마도 오랫동안 간직해왔을 어떤 꿈. 하지만 차마 용기 내지 못했던 그 마음을 온 힘을 다해 지켜주고 싶을 때가 있다. 간절히도 원했던 내 꿈의 크기와 누군가의 꿈의 크기가 같지 않을까 짐작해보며 내 마음처럼 소중히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랄 때가 있다. 준경에서 무심하게 굴던 태윤은 준경이 그동안 말하지 못하고 내내 소중히 간직해왔던 꿈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준경의 마음을 알게 된 태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준경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무심히 굴었던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고 내내 짓눌러 왔던 죄책감을 솔직히 고백하면서. 애당초 이뤄지지 못할 꿈이었다며 바람에 날려 보낸 준경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보경 역시 최선을 다한다. 온몸이 흙탕물 범벅이 되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더라도 지금처럼 소박한 일상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준경이 한 발짝 꿈을 향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삶을 향해 달려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아주 작은 기적의 순간이 있다. 누군가의 꿈에 관심을 갖는 귀중한 호기심. 무심하지만 사려 깊게 바라보는 찰나의 눈길. 언제나 그곳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진중한 믿음. 꿈꾸는 이보다 더 애달파하는 누군가의 뒷모습과 잘 다녀오겠다는 마지막 작별 인사를 기쁜 마음으로 꼬옥 안아주는 포근한 마음까지 영화는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무모할 지라도 한 번 도전해보는 것. 비록 실패하게 되었더라도 언제나 당신의 처진 어깨를 바라봐주고 감싸 안아주는 누군가가 당신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아주 작지만 고귀한 '기적'의 순간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듯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을 만들겠다는 준경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이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새로운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다.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 누군가에게 살아갈 용기가 되어준다는 것. 그렇게 서로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기적' 그 자체이지 않을까.


*본 포스팅은 영화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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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3살 두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담아낸 시나리오집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생 함께 할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의 관계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합니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로를 몹시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부모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과 믿음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가까워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나리오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낸 책이기에 독립 책방과 제가 직접 보내드리는 구매 신청 폼에서만 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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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아냈습니다.

부디 독자님들께 그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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