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후 일곱시,
​H의 이야기

두 번째 수다 <희수 편>

by 사월

두 번째 인터뷰 장소는 치킨집으로 정했다. 어중간한 시간에 영화 한 편을 같이 본 후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시간이 평일 퇴근시간쯤이라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을 끝낸 후 단체로 온 직장인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모였을 사람들, 벌써 얼큰하게 취해있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바로 인터뷰에 들어가지 않고 우선 천천히 치맥을 하며 배를 채운 뒤 인터뷰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만나기 전, 연락 상으로 짧게 '요즘 내가 해보려는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전한 뒤라, '왜 이런 인터뷰를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인터뷰가 가능할지에 대해 물었다. 흔쾌히 응하겠다는 대답을 들은 뒤 횡설수설한 정신을 다잡고 인터뷰 노트를 꺼냈다. 소란스러움이 잦아지진 않았지만, 휴대폰 녹음기를 꺼내어 인터뷰이 가까이 가져다 두었다. 그렇게 소란스러움을 담은 채 '영화를 현실로 착각한 여자'의 두 번째 인터뷰 녹음을 시작했다.




Q : 지금 퇴근시간이고, 치킨집이다 보니까 굉장히 소란스러운데도 인터뷰를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질문을 해보고 싶은데요. 제가 이 인터뷰를 하게 된 취지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영화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영화를 현실로 착각하며 공상, 망상에 빠져 있다.'는 말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H : 대입해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영화를 보고, 혼자서 상상을 하는 거죠.

Q : 주인공처럼?

H : 주인공처럼. 나도 이렇게 살면 어떨까라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고요. 잠깐 동안 생각하기도 하잖아요.

Q : 어머님들 드라마 보는 것처럼, 대리만족을 느끼는 그런 것처럼요.

H : 그죠. 맞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건 약간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것 있잖아요. 아, 좋아한다기보다는 좀 기적 같은 일이잖아요. 말도 안 되는 그런 일. 그럼에도 현실이 너무 힘들고 하니까 그런 거라도 대리 만족하고 위로를 받는 거 같아요.

Q : 그죠. 사실 그런 마음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드렸듯 이 인터뷰를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런 환상 같은 영화에 빠져 있다가 요즘에서야 현실을 깨닫게 된 거니까요.

H : 어떻게 보면 도피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고요.

Q : 맞아요. 도피. 제가 또 꽤나 길게 도피를 하다 요즘 허우적거리며 나오려고 하는 중이기도 하죠. 제 주절거림은 이쯤에서 끝내는 걸로 하고요.(웃음) 저는 이 인터뷰를 가명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자신을 가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닉네임을 지을 수 있을까요?

H : 음, 글쎄요.

Q : 큰 의미부여를 넣은 필요 없이 아주 가볍게 지으셔도 돼요. 강아지 이름으로 해도 되고, 작가라던가 사실 실명을 공개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으시면 실명으로 해도 되고요.

H : 사실 저는 제 이름을 써도 불편함은 없어요. 그래도 닉네임을 정하자면요. 저는 집에서 제 본명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편이에요. 희순인데요. 옛날 이름처럼. 뒤에 순자를 붙여서 희순으로 불리거든요. 음.. 근데 희순은 사실 좀 그럴 거 같고.. 그럼 뒤에만 살짝 바꿔서 희수는 어떨까요.

Q : 희수요?

H : 네. 희수요. 약간 중성적인 느낌으로.

Q : 네. 좋네요. 희순을 변조한 희수로 닉네임 정하기로 하고요. 그럼 이제 희수 씨와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볼게요. 자기 자신을 아주 짧게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형식은 없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설명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어떤 일을 하고 싶다거나, 하고 있다거나. 간략하게 설명하자면요?

H : 음.. 나이로 설명드리자면, 지금 제 친구들은 다 27살이지만(웃음) 남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는 26살이라고 보통 하는데요.

Q : 빠른 년생의 특권인가요.

H : 그렇죠.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빠 일을 도와주고 있고요. 20살 때부터 용돈 벌이로 해오던 일이었는데 취업이 안되면서 직장처럼. 아빠 밑에서.

Q : 가업을 잇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H : 그렇죠. 근데 사실 가업을 잇는다고 한다기보다는 약간 붙어서 기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요.

Q : 사실 기생이라면.. 저 역시 어떤 면에선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부모님 찬스로 생활했던 적이 있어서요.

H : 근데 요즘 하고 생각이 있는데요. 옛날에 24살 이럴 때는 대학 졸업 시즌 되면 취업 전선에 뛰어들게 되잖아요. 빠르면 24살에 취직을 하기 시작하니까요. 근데 24, 25, 26살까지 그리고 얼마 전까지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애들이 저한테 ‘뭐해?’라는 물어봐요. 그리고 어른들도 저한테 ‘뭐해?’라고 물어보면 저는 ‘어.. 지금 아빠 일 도와드리고 있어요.’라고 말을 하는데, 제 자신이 되게 작아지는 느낌?

Q : 저도 그 느낌 뭔지 알 것 같아요. 말하면서도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 그래서 저는 ‘뭐해?’ ‘뭐하고 지내?’라고 물어보는 게 싫어질 때가 있더라고요. 뭔가를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그게 제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 특히 연락 안 하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만난 사람을 만났을 때 더 그런 느낌을 느끼는 것 같아요.

H : 맞아요.

Q : 6개월 동안 연락 안 하다가 만났는데, ‘요즘 뭐해?’라고 물었을 때 6개월 전이랑 별반 다르지 않으면 스스로가 발전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H : 저는 20살 때부터 23,4살 때까지는 아직 어리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빠 일을 도와드릴 때도 ‘이건 알바로 하는 거야’ ‘용돈 벌이로 하는 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점점 딱 거기서 일을 하고 있으면 직원들이 와서 ‘아니, 아직까지 이러고 있다가 시집가는 거야?’라고 얘기를 해요. 아니면 ‘몇 살이야?’라고 물어보기도 해요. 사실 제가 알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시집가고 하는 거는. 그럴 때마다 그 사람들은 제가 아빠 딸인 걸 아니까 그냥 죽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Q : 시간 때우고 있다.

H : 네. 근데 이게 사실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요즘엔 생각을 좀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려고 하냐면요. 그래도 아빠가 이 정도 터를 일궈놨으니까 내가 저기서 라도 일을 도와줄 수도 있는 거다. 사실 요즘 돈을 모으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Q : 저도 돈 모으는 거 좋아해요, 아주 적더라도. 재미있어요.

H : 이제 십 단위가 바뀌고, 백 단위가 바뀌면 쾌감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아빠 덕에 다른 사람 눈치 안 보면서 이렇게 돈을 모으고 있는 거다 생각하면서 지내려고 하거든요.

Q : 저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요. 계속 스스로 기생이라는 단어를 쓰시지만, 그래도 일단 가업을 지금부터 배우고 도우면서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나중에 더 일을 도맡아서 하게 되면 희수 씨의 가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H : 저번 3월쯤에 친한 친구한테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요. 아마 그 친구는 저에게 충격을 주려고 한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했던 말이 ‘너 그럼 계속 아빠 일 도와드리다가 시집갈 거야?’ 이렇게 말했거든요. 정말 친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는데 동시에 이 친구는 이 말이 나에게 상처되는 말인지 모르고 했겠지.

Q : 그냥 친하니까 물었던 말일 수도 있고.

H : 맞아요. 걱정돼서 하는 말일 수도 있어요. 아마도 그 친구는 저를 봤을 때, 안타까워 보였을 수도 있죠. 제 친구들 중에 아빠 일을 도와드리는 친구가 2명이 있는데, 이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그 얘기가 굉장히 상처되는 말이라고 다 하더라고요.

Q : 그죠. 아무래도, 저도 그런 말 들으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데 꽤 상처받을 것 같아요.

H : 아빠를 도와드리는 친구들은 거의 큰 기업이 아닌 이상 자영업이잖아요. 매장을 가족끼리 운영을 하는 건데, 그게 사실 자영업이라는 게 수명이 없어요. 재계약이 안되면 끝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재계약을 따기 위해서 엄청 노력을 해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속상하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론 제가 상처받을지 모르고 그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Q : 그럴 수 있죠. 저도 주변에서 그냥 진짜 무심코 했던 말이 상처로 남아서 혼자 끙끙 앓았던 적이 있어서 공감이 되는 것 같아요. 각자 아픈 구석들이 다르니까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면, 저는 타이틀 그대로 영화를 되게 좋아하잖아요. 저에겐 영화가 되게 여러 생각과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인데, 희수 씨에겐 그와 비슷한 대상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H : 음, 대상. 근데 대상이 사람이 가능한 거죠?

Q : 그럼요. 상관없어요.

H : 음, 저는 외할머니예요. 돌아가셨는데요. 외할머니를 항상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생각해요. 제가 천주교인데요. 감사하거나 신에게 부탁을 해야 하거나 할 때, 하나님이나 예수님을 찾아야 하는데 저는 그게 아니라 외할머니를 찾아요.

Q : 그만큼 의지를 하시는 거네요.

H : 네.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셔서 접촉이 별로 없었는데. 할머니라는 존재가 제가 의지하고 싶고, 믿고 싶은 사람. 극적으로 말하자면 엄마랑 나랑 등을 져도 할머니랑은 안 그럴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저는 아빠가 사업 때문에 힘들어하시면 저는 ‘할머니가 아빠를 안 힘들게 하실 거야.’ 생각을 해요, 스스로. 할머니가 도와주실 거야. 할머니가 그렇게 두지 않으실 거야. 그런 마음. 사실 이 얘기를 하면서도 계속 영화와 비슷한 대상이 더 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대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든 생각이 있는데요. 이건 외할머니 얘기랑 별개 일수도 있는데, 저는 사실 꿈이 없었어요. 근데 저희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뭔가 많이 시켰어요.

Q : 다양하게.

H : 네, 다양하게. 바이올린 시키고, 피아노 시키고, 수영시키고, 스키도 하고요. 이것저것 하게 했는데, 여러 개를 하다 보니까 뭔가 진득하게 정말 아마추어지만, 전문가 버금가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근데 반면에 제 동생은 첼로를 정말 전공자만큼 해요. 전 바이올린 한다고 해서 했는데 안돼요.

Q : 안 맞았던 거네요.

H : 그죠. 그리고 그렇게 다양하게 배웠는데 안 될 때마다 든 생각이 있는데요. ‘만약에 내가 이것을 하면 어떻게 나를 다시 볼까’ 이런 생각을 해요.

Q : 아, 이걸 잘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

H : 맞아요, 잘 했다면. 만약에 전공자는 아니지만 바이올린을 취미지만 이 정도로 하면. 사람들이 저를 보고 ‘어! 이런 모습이 있었어?’ 그런 거 있잖아요.

Q : 갑자기 내가 알던 사람이 피아노를 잘 치면 좀 달라 보이는 것처럼요.

H : 맞아요. 한 곡이라도 제대로 할 줄 안다면. 저는 제가 뭐하나 진득하게 하지를 못하니까 저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요즘 클래식 기타를 하거든요. 저는 제가 분명 끝까지 못 할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상상을 해요. 제가 연극을 만드는 거죠. 내 앞에 사람들이 핑 둘러앉아있고, 그 중앙엔 모닥불이 피워있어요. 그럼 제가 거기서 ‘해볼게.’ 하면서 연주를 하는 거죠. 그럼 제가 연습하던 곡이 잘 돼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Q : 사람이 지켜본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걸까요.

H : 연습하면서 그런 상상을 많이 하면서 해요. 모두가 나를 주목하다는 느낌보다 제가 어떤 한 공간을 만들어서 하는 거 같아요. 기타 같은 경우는 제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거니까 잘해야지 하면서 더 집중을 하게 되는 거죠.

Q : 스스로를 의식하게 만드는 거네요.

H : 그죠. 물론 오늘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6개월을 한 번에 끊었는데. 이것도 상황을 만나는 거죠. 만약에 전전 남자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 엉덩이가 달라져있네.’ 그런 거 있잖아요.(웃음) 그러면 뭔가 하려는 것들이 더 잘 되는 느낌이 있어요.

Q : 미래의 나를 그리는 거네요.

H : 그러면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네요.

Q : 의지를 불태우는 거네요. 저의 다이어트와 같은 맥락이네요. 저도 다이어트를 할 때 항상 아무 사이즈의 옷이 맞고,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그런 상상해요. 그럼 요즘 관심 갖고 있는 게 클래식 기타 인가 보네요.

H : 이게 어떻게 처음 시작됐냐면요. 클래식 기타를 엄마가 배워요.

Q : 아, 진짜요.

H : 엄마가 배우는데, 엄마가 클래식 기타를 배워보면 그걸 제가 배우는 거죠.

Q : 엄마한테 배우시는 거네요.

H : 그죠. 엄마한테 배우는 거죠. 그래서 엄마랑 진도가 똑같아요, 지금.

Q : 엄마는 언제부터 배우기 시작하신 거예요?

H : 요번 3월 달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3개월 정도 된 거죠. 지금 작은 별치고 있어요. 반짝반짝 작은 별~ 이거 하거든요. 근데 엄마가 저보다 못해요.(웃음)

Q : 음, 어쩔 수 없는 부분일까요.

H : 아무래도 엄마가 나이도 있고, 제가 바이올린을 배워본 적이 있어서 더 빠르게 배울 수도 있고.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배우는 건 난데, 딸이 더 잘하니까 저를 보고 자극을 받으시더라고요. 집에 기타가 한 대가 있어요. 아무도 기타 연습을 안 하고 있었는데 저든, 엄마든, 누가 먼저 기타를 잡고 연습을 하면 기다리고 있다가 기타를 뺏는 거죠.

Q : 경쟁이네요.

H : 그죠. 10 분하다가 또 기타를 뺏어서 연습하고, 그러면 더 연습이 잘 되더라고요.

Q : 저도 사실 어쿠스틱 한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기타 하나에 목소리로만 이뤄진 노래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기타를 배웠던 적이 있는데, 사실 기타에 처음 관심 가졌던 건 예전에 좋아했던 오빠가 기타를 좋아해서 저도 따라서 기타 사고 연습하고 했었는데. 그게 좀 시들해져서 한참을 안 하다가 또 맘먹고 학원 다니면서 제대로 배워본 적도 있었는데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결론을 내렸어요.

H : 어떤?

Q : 저는 기타 소리를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지만 악기에 그렇게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좋으면 계속할 텐데, 안 하는 거 보니까. 그래서 지금 제 방에 먼지가 쌓여 있죠.

H : 근데 제가 한 장면을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제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저는 샤워할 때 엄청 중얼거리거든요. 샤워를 할 때 유난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떠올라요.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거의 안 좋은 생각들 이거든요. 하루에 있었던 일 중에 부정적인 일들을 생각하게 되면 또 장면을 만들어서 이제 과거로 돌아가는 거죠. 그때로 돌아갈 때는 강해진 제 모습으로 돌아가는 거죠.

Q : 저도 그런 생각한 적 있어요.

H : 아, 진짜요. 그래서 저는 그 상황으로 가서 얘기를 하는 거죠. 그때는 되게 멋있는 나로 돌아가 있는 거죠.

Q : 맞아요. 저도 당시에는 화가 나든, 짜증이 나든, 어이가 없든 말문이 막히잖아요. 바로 이성적인 말들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 당시에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떠오르면서 상황을 만들어서 그때 내가 이런 말을 했다면 하면서 상상한 적 있어요. 약간 자기반성을 하면서 동시에 자기 강화를 하는 시간인 거죠.

H : 맞아요, 맞아. 근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게요. 다음에 오늘 겪었던 비슷한 일을 당하게 되었을 때 예방책처럼 만들어 놓을 수 있잖아요. 샤워할 때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Q : 그러면은 클래식 기타를 칠 때 어떤 느낌이 들어요?

H : 딱 처음 연습곡을 받아오면 너무 어려운 거예요.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근데 하루, 이틀, 삼일, 사일 연습을 하면 느낌이 달라져요. 저는 연습할 때 동영상을 쳐놓고 연습을 하는데요. 매일매일 찍는데, 동영상을 보면 점점 달라져 있어요.

Q : 매일매일 연습해요?

H : 네, 매일매일.

Q : 와, 대단하네요.

H : 조금씩 해요, 한두 시간 정도?

Q : 한두 시간이면 짧은 게 아닌데.

H : 한두 시간 하는데 실력이 없나 봐요. 안 느는 것 보니까.(웃음)

Q : 아니죠. 기본기가 탄탄해야 뭐든 적용해서 할 수 있으니까요. 대단하네요.

H : 많이 하면 두 시간. 적으면 한 시간 정도 해요. 근데 그게 풀로 한 시간 내내 하는 게 아니라 한 10 분하고 쉬고 10 분하고 쉬고 그렇게 해요. 근데 이상하게 너무 어려웠던 곡인데, 엄마가 통과를 해야만 다음 곡을 할 수 있는 거예요. 통과되기 전까지는 다음 곡이 어떤 곡인지도 알 수 없고 하는 건데, 그렇게 테스트받을 때까지 계속 연습하면서 어려웠던 곡이었는데, 테스트 통과를 하고 받아온 새로운 곡은 아무래도 더 어렵잖아요. 새로운 곡을 또 연습을 하다가 너무 어려워서 ‘아, 힘들다’ 하고 바로 직전에 연습했던 곡을 쳤는데 너무 잘 쳐지는 거예요. 그런 걸 느낄 때 드는 쾌감?

Q : 저도 기타를 배웠을 때 비슷한 걸 느낀 적 있어요. 처음엔 힘들던 곡이었는데, 다음 곡으로 넘어간 뒤에 전에 배웠던 곡을 치면 신기하게 더 잘 연결되고 소리도 잘 나고 하더라고요.

H : 맞아요, 그런 성취감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Q : 맞아요. 뭐든지 작은 성취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작은 것이더라도.

H : 맞아요, 저는 예전에는 그 성취감을 되게 크게 잡았었어요.

Q : 저도요.

H : 근데 큰 걸 잡는 것보다 아주 사소하더라도 아주 작은 걸 잡아놓으면 되게 도달하기에도 쉽고. 그래서 요즘엔 일부러 작게 잡아요.

Q : 맞아요. 저는 어쩌면 꿈이라는 큰 성취감을 얻기 위해 달려가는데 아직 그걸 맛보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요. 희수 씨 말에 많이 공감되는 것 같아요.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큰 성취감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자잘한 목표를 잡고 작은 성취를 맛보게 되면 계속해서 그 성취감이 쌓이고 느끼게 되니까. 어떻게 보면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그게 살아가는 데엔 더 좋은 것 같아요.

H : 맞아요. 별거 없으니까.

Q : 그죠. 사실 사는 게 별거 없으니까요.

H : 그래서 저는 계속 자잘한 목표들을 잡고 지내는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봤는데, 제 얘기가 너무 산으로 가는 것 같지 않나요?

Q : 아니요. 저는 좋은데요. 사실 저도 제 얘기하면서 산으로 가기도 하고. 사실 저는 지금 얘기하는 모든 게 사람 사는 얘기 하는 거니까요. <영화를 현실로 착각한 여자>라는 타이틀에서 아무래도 영화라는 말에 힘이 들어가 있지만, 저는 영화에 힘을 주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단어에 더 힘을 주고 싶거든요. 그냥 사람이 사는 얘기를 다루고 싶은 거예요. 이름만 좀 거창하게 정한 거지. 사실 그냥 지금 이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 거였어요.


처음 들어왔을 때의 소란스러웠던 가게 분위기를 여전했다. 옆 테이블의 소란스러움이 잠시 가시는 듯하다

다음 손님이 다시 자리를 채우며 또 다른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치킨집을 채웠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뒤, 질문지를 확인하며 다음 질문을 이어나갔다.


Q : 자, 질문을 다시 시작해 보자면 그럼 요즘 스트레스를 받거나 할 때 어떻게 푸시나요?

H : 저는 원래 스트레스를 풀 때 춤을 췄어요.

Q : 아, 진짜요? 되게 의외인데요.

H : 방에서 문 닫고 땀이 뻘뻘 날정도로 이어폰 꽂고 춤을 췄어요.

Q : 클럽을 가야 하는 건가요.

H : 근데 그 춤이 걸그룹 춤이에요. 걸그룹 춤을 보면서 얼추 따라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걸그룹 춤을 거의 다 출 수 있어요.

Q : 오, 대단하네요. 전 몸치인데.

H : 근데 요즘엔 잘 못 춰요.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문을 미친 듯이 긁어요. 그럼 엄마가 시끄러우니까 강아지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저는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까 잘 안 들리잖아요. 그럼 엄마는 ‘너는 뭐하는데 소리도 못 듣고 있어.’라고 해요. 그래서 요즘엔 안 하게 되더라고요.

Q : 아, 엄마도 모르게.

H : 네, 전혀 모르시죠. 근데 진짜 춤을 그렇게 추면 진짜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Q : 저는 다른 의미의 몸 쓰기인데, 저는 그냥 마냥 걷거든요. 대단하네요, 춤을.

H : 예전에는 그렇게 많이 풀었는데 요즘은 사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걸 스트레스라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Q : 당연하다? 어떤 의미에서요?

H : 이 정도 스트레스는 감수해야지.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예전에는 되게 얽매어서 집까지 와서 힘들어했었는데 요즘엔 안 그러려고 해요. 사실 강아지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해요. 집에 오면 반겨주니까 그냥 얼굴만 보고 있어도 풀리긴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핸드폰 보고 그러면서 풀었는데 언제부턴가 핸드폰 보면서 잠드는 제 모습이 정말 싫더라고요. 제가 너무 한심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요즘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해요.

Q : 잡생각이 나지 않게 책을 읽는 거군요.

H : 네, 그렇죠. 요즘엔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하고 TV를 본다던가, 강아지를 본다던가 그러죠. 그런데 중간중간에 새어 나오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Q : 맞아요. 저도 그래서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를 좀 멀리하고 예능만 보는 경우도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스토리 의식하지 않고 보기엔 예능이 좋으니까 잡생각 안 나게 그러면서 시간 보내기도 하거든요. 그러면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뭐예요?

H : 사실 무슨 생각이 많이 드냐면요. 저희 아빠가 하는 말이, 서른 살 넘어가면 여자가 능력이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 지금 저를 봤을 때는 빨리 연애를 해서 시집을 가야 결혼을 못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말이죠.

Q : 지금 연애를 해야지 만나온 사람과 서른 안에 결혼을 하던가, 아니면 서른을 넘어서라도 그 사람과 연애를 길게 한 후에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H : 그렇죠. 서른이 넘어버렸는데 커리어우먼이 아닌 이상, 능력이 없어서 시집을 못 갔던 사람들은 연애를 해야지 결혼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렇게 슬프게 말하시더라고요, 아빠가.

Q : 맞는 말이긴 한데..

H : 근데 저는 결혼에 대해서 아예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요즘 남자에 대한 감각이 아예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는데, 아빠가 이런 말을 하니까 갑자기 현실로 확 다가오더라고요.

Q : 저는 제가 나이가 들면서 24,5살이 되었을 때 느꼈던 생각이 있었는데, 그때쯤 나이면 중반 정도 됐던 나이잖아요. 근데 그때의 저는 변한 게 없었거든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마음, 생각들이 그대로 있고 겉만 나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저희 엄마한테 물어봤거든요. 엄마도 그러냐고. 엄마도 어렸을 때 마음, 생각 그대로인지. 그랬더니 엄마도 그렇대요. 겉만 점점 늙어가고 변하는 거지, 속은 그대로라고. 저는 그때 그 얘기 듣고 마음이 되게 이상했거든요.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얘기를 들으면 전 아직 내가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나이가 들어버려서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된다는 게 역시 기분이 이상하네요.

H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사실 그때 당시에 결혼했던 나이와 요즘 결혼하는 나이가 좀 다르니까 아무래도 느끼는 감각이 다른 것 같아요.

Q : 저희 엄마는 지금의 저보다 어렸을 때 결혼을 했고, 저희 오빠와 저까지 낳아서 키웠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나이인데 어떻게 무슨 생각으로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서 길렀는지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 나이를 겪으니까요, 지금.

H : 딱 어제 엄마랑 아빠랑 이거에 대한 얘기를 나눴었어요. 옛날에는 도대체 몇 살 때 결혼을 한 거지란 주제로 대화를 나눴었는데, 저희 할머니가 서른 전에 육 남매를 다 낳으셨는데 지금 제 나이 때 저희 아빠를 낳으셨어요. 육 남매 중에 다섯째인데. 그런 걸 생각하면 진짜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지금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Q :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과연 누군가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해주고, 누군가의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입혀주고, 챙겨주고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H : 저도 이 얘기를 엄마한테 하면 엄마가 그러세요. 낳아보라고. 그러면 너 아기라서 그런 생각 없이 하게 된다고요.

Q : 어려워요, 결혼도 사는 것도.

H : 맞아요. 그래서 결혼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듣기도 하니까요. 사실 확 느껴지는 건 없는데 막연한 그런 걱정,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Q :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면 타이틀에 걸어놓은 주제처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가장 최근에 본 영화여도 되고, 아니면 소위 ‘인생영화’라고 말하는 영화여도 되고요. 아니면 요즘의 상황에 공감이 되는 영화라던가 그런 영화가 있다면요?

H : 추천하고 싶은 영화요?

Q : 네, 그런 영화요.

H : 음,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 아세요.

Q : 네,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의 작품이죠. 데이빗 핀처.

H : 사실 제가 책으로 먼저 봤었는데, 책을 읽었을 때 이걸 어떻게 영화로 옮겨놨을까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본 케이스인데요.

Q : 저는 아직 책은 안 읽었는데 궁금하네요.

H : 책을 처음 읽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인상 깊어서 영화를 봤는데, 아무래도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경우라 내용을 알고 봐서 신선함이 좀 덜 하긴 했지만. 만약에 책을 안 읽고 영화를 봤더라면 영화만으로도 굉장히 충격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람이 진짜 어떻게 그렇게까지 표현될 수 있는가 좀 놀라웠어요.

Q : 저는 사실 ‘나를 찾아줘’를 크리스마스이브날 이 영화를 봤어요. 인기가 좋고 평이 좋아서 그냥 봤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날에 영화를 보니까 느낌이 더 색달랐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H : 저는 이게 연출에 대한 영역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아마 오프닝쯤에 집들이 쫙 있고 카메라가 그 전경을 쫙 보여주고 새벽에 어스름한, 스산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 스산한 느낌이 사람이 살고 있는 스산함이라 저는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Q : 아, 첫 장면에 영화의 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런 기분이 드셨나 보네요.

H : 네, 맞아요. 그 장면이 좋더라고요.

Q : 그럼 이 영화에서도 좋고,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을까요?

H : 사실 제가 요즘 영화를 많이 안 보고 책을 많이 보는 편이라 책에서 생각나는 것을 말해도 될까요?

Q : 그럼요. 어떤 책인가요?

H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라는 책인데요. 경찰이에요, 주인공이. 자신의 집에 갔는데 아내가 살인을 당하고, 자신의 자녀들까지 살해를 당한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이 자신이 경찰인데도 가족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이 사람이 기억력이 다른 사람보다 천재적으로 좋아요. 그래서 제목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데, 살인범을 찾으려고 자신이 집에 들어와서 가족들이 살인당했던 장면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Q : 머리에 다 단서가 있는 거군요.

H : 맞아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물어봐요. 주변에서 주인공에게. 근데 그런 걸 묻는 게 몇 년 정도가 지난 후인데 그 주인공이 "되살아날 수가 없죠. 이제껏 한시도 잊은 적이 없거든요."라는 말을 해요. 그게 떠오른 이유가 전전 남자 친구 때문인데요. 제가 그 친구를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도 그렇고. 사실 지금은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사람이 흉터가 남아 있잖아요. 지금까지 계속 좋아하진 않지만, 만약 보게 된다면 싫진 않을 것 같거든요, 물론 다른 여자에게 갔지만. 그냥 지금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상태인 것 같거든요.

Q : 어쨌든 그런 것까지 희수 씨에게 기억 중에 하나니까요. 살아오면서.

H : 맞아요. 그래서 누가 저한테 ‘이제 그 사람 안 떠오르지, 괜찮지’ 물으면 저는 그 대사가 떠오르거든요. 그래서 그게 좋아서 그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놨어요.

Q : 저도 좋은 부분이 있으면 사진으로 찍어놔요. 기억력이 안 좋아져서. 이제 질문이 몇 개 남지 않았는데요. 요즘에 ‘삶의 낙’은 뭔지 궁금해요.

H : 요즘 삶의 낙은 저의 반려견 꽁이에요. 지금 저희 집에서 꽁이가 없다는 건 상상이 안되거든요. 상상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피하고 싶은 주제가 될 것 같아요. 그만큼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뜻인데, 작은 행동 하나하나로 웃음을 주고 걱정도 하게 하지만 이 아이가 요즘 저에게 주는 에너지가 너무나 큰 것 같아요. 아무런 편견 없이 나를 봐주는 내 편이며 정말 한결같다는 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Q : 맞아요. 저도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데 정서상으로도 참 좋고, 그냥 '바라만 봐도 좋다'라는 감정을 강아지를 보며 느끼고 있어요. 참 신기한 존재인 것 같아요. 그러면 앞의 질문과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제 스스로 나름 시그니처 질문이라고 칭하는 '요즘 나의 한 컷'인데요.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나, 내가 지금 꽂혀있는 영화 장면, 음식, 풍경 등 자유롭게 선택해서 저에게 사진을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바로 보내주셔도 되고요. 집에 가는 길에 생각을 해본 후에 보내주셔도 됩니다!

H : 그럼, 고민을 좀 해보고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며칠 후, 희수 씨가 저에게 사진 한 장과 함께 그 사진을 선택하신 이유를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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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332.JPG 희수님의 '요즘 나의 한 컷'


Q : 강아지가 누워있는 사진이 참 귀엽네요. 저희 강아지 모습과 흡사하기도 하고요. 이 사진을 보내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H : 음, 아무래도 '삶의 낙'에서 말했듯이 역시 저희 강아지 사진인 것 같아요. 밤에 방에서 혼자 책을 읽다가 자려고 옆을 봤는데 저희 강아지가 사진처럼 저렇게 먼저 누워서 자고 있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거든요. 그때 자고 있는 강아지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 사진을 선택한 것 같아요.

Q : 저도 강아지와 함께 지내고 있어서 너무 공감이 되는 사진인 것 같아요. 제 휴대폰 사진첩을 보면 온통 강아지 사진뿐이라서. (웃음) 이제 제가 준비한 질문은 모두 끝났는데요. 인터뷰를 빙자한 수다를 많이 나누었는데 느낌이 어떠신가요? 평을 하자면?

H : 처음에는 아 이걸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무슨 말을 꺼내야 하나 막막하다는 마음이 들었었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생소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 첫 이미지였어요. '인터뷰'라고 하기에 딱딱하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뷰였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면서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첫 질문을 받고서는 머릿속에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점점 다음 질문이 궁금해지고 그랬어요. 사실 저는 가족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항상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제가 입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리고 인터뷰에 도움이 되어야 될 텐데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저 스스로에게 말하고 대답하는 시간이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던 제 귀가 제 말을 듣고 있더라고요. 제가 저에 대해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나는 무엇 때문에 행복한 가를 제 스스로에게 해답을 제시해주는 듯해서 개운한 시간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Q :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 역시 두 번 밖에 안되긴 했지만, 하면서 제가 알고 지냈던 분들과 인터뷰의 형식을 빗대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인 것 같아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요.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요. 감사합니다!

H : 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짝!)

Q :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짝!)




첫 번째 인터뷰 때보다 조금 더 정신없는 곳에서, 더 많은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인터뷰 때 나눴던 이야기들을 되뇌며 아직은 선선한 밤길을 걸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이 인터뷰를 통해 한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알게 되고, 고민들, 공상들을 더 깊이 공유하게 되는 시간이어서 끝나고 난 뒤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사람을 배워가는 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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