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 남아있는 두려움에 맞서기
첫 스킨 스쿠버 도전기
살면서 강렬하게 기억나는 순간 하나를 꼽자면?
독일에서 살던 유년기 시절 어느 날, 아빠와 동네 수영장에 놀러 갔다. 하필 그날따라 아빠는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아 나와 함께 물에 들어가는 대신 비치베드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기로 하셨다.
나는 그날따라 수영장에서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네덜란드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튜브 없이도 깊은 물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랑을 했다. 별생각 없이 그 친구를 따라서 튜브를 벗고 깊은 물로 향했다.
발이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코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어째서 안전요원이 나를 구해주지 않는지 의아해하던 찰나... 누군가 극적으로 나를 건져 올렸다.
한 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아빠였다.
나는 그날 이후로 한동안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며 아빠 말을 잘 들었으며, 부모님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를 수영 학원에 등록시켜주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때는 2018년 7월 14일, 하와이.
7월 한 달간 하와이에서 지내면서 익스트림 스포츠 한 가지는 해보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결국 선택한 것은 스킨 스쿠버였다. 스노클링이 어렵지 않았기에 스킨 스쿠버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픽업 버스를 타고 하나우마베이 근처의 바다로 향했다. 작은 배를 타고 깊은 바다로 향하는 동안 제일 먼저 출석을 불렀는데, 여담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배에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 명이나 있었다.
그다음에는 배 탑승과 관련된 안전 교육과 스킨 스쿠버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가 끝나고 간단한 시험까지 봤다. 이론적인 내용은 다 이해를 했지만 막상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무서웠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입수... 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무서웠다. 숨을 못 쉴 거라는 막연한 공포감이 마구 밀려와서 강사한테 포기하겠다는 손짓을 보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공포감이 생각날 정도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그 날 이후로 수영을 정말 오래 배웠고 괜찮아졌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무리였던 걸까?
그런데 그 배에는 우연히 스킨 스쿠버 자격증을 가진 한국인 부부가 탑승하고 있었다. 그들의 세세한 설명과 도움으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친구 두 명이 차례로 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재도전을 하기로 했고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깊은 물에는 처음 들어가는 거라 신기했고, 막상 들어가니 시야가 너무 선명해서 신기했고, 수중 동식물이 눈앞에 있는 것도 신기했다. 나만한 거북이와, 각종 물고기와, 뱀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 헤엄치다 보니 어느새 20분이 지났다. (산소 탱크 한 개가 약 20분이라고 한다.)
공포감이 수시로 밀려오는 와중에도 그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행복하고 진귀한 경험이었다. 더 오래 하다간 정말로 무서워질 것 같아서 그쯤에서 그만하기로 했지만, 내면의 두려움을 한 단계 넘어선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남아있던,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에 대한 오랜 공포가 조금이나마 해소된 것이다.
친구들은 그다음 주에 스카이 다이빙을 했다. 하지만 나는 스킨 스쿠버를 통해 너무 많은 기운을 소진했기 때문에 익스트림 중단을 선언하고 일말의 미련도 없이 포기했다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