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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담 Feb 14. 2019

국어를 배운다는 것

언어, 자아, 정체성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게 기본값인 사람들을 생각을 하고 말을 하게 만들려니 참 힘들다. 하지만 오늘 새로운 학생을 만나 이런저런 진단을 하고 바로 여러 적절한 교육과정들을 짜고 학습량과 방법 등을 일구어 내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상황 속에서 내가 늘 무언가 배우고 있고 발전하고 있음을 새삼 인정하게 됐다. 덕분에 나는 매일 성장한다. 대화 중에 느끼는 그 고독감이 결국 내 삶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읽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에 반응하고 표현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인간의 정체성 그 자체다. 그것을 활용하는 기술이 내 교육방법이라면 어쩌면 이미 그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실력인데도 발현만 못하는 사람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반대인 사람도 많다. 언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자아의 기능이 무실한데도 수치화된 실력은 보통 이상인 사람도 있다.


자아의 존재 자체를 놓고 보면 나이라는 건 참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다. 한 사람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을 나는 매일매일 본다. 그들은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사고의 패턴을 보인다. 다양한 연령과 성별 속에 살고 있지만 개성은 없다. 마치 한 사람 같다. 다루기 쉽다는 건 다룰 필요가 없다는 것과 같다. 다룰 필요가 없다는 것은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고 그건 곧 매력의 부재를 뜻한다. 그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언제나  누군가를 따를 자세를 하고서 성장하길 바라는 모순이라니... 저항과 순종은 딱 반대의 방향으로 인간을 변화시킨다. 그 분기점엔 자긍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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