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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담 Jan 10. 2021

세탁기도 얼고 옆집 보일러도 얼고

독거 에세이

한파 속의 서울 어느 빌라


Day1

온수는 며칠 전부터 정신 차리고 지켰는데 방심한 사이 세탁기가 얼어서 잠깐 당황했으나 의연하게 만능 헤어 드라이기로 녹이고 빨래 끝을 외쳤던 몹시 생활력 넘쳤던 하루


Day2

아무도 안 사는 옆집 보일러가 얼었다. 옆집 보일러는 위치상 한 번도 언 적이 없어서 방심하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께서 너무 놀라서 급히 녹이느라 우리 집에 멀티탭 빌리러 오심. 의연하게 3미터짜리 빼드리고 녹이는 거 보러 갔는데 아주머니네 헤어드라이기는 돌아가는 소리부터가 이이잉... '어허 아주머니 이거 약해서 안 돼요. 기다리세요.' 그래서 우리 집 드라이기 오늘 출장 다녀옴.

#위이위잉
#한국드라이기의일상


Day3

옆집 공사한다고 시끌시끌 위잉위잉 온갖 소리가 다 들려오길래 고치나 보다 하고 오늘따라 안 하던(?) 아침 세수를 하려고 비누칠을 했는데 물이 안 나옴. 하... 이 이 아저씨들이 또... 우리 건물  수리 전담 이저씨들은 부자지간인데 뭔가 소통이 잘 안 되고 일 하는 동안도 끝난 후에도 진짜 난장판을 만드는 스타일. 오늘도 물 잠근다고 말도 안 하고 물 잠가버림. 이 일 30년도 넘게 하셨을 텐데 이런 사전 공지 그런 거 없음. 나쁜 건 아니고 그냥 옛날 사람. 그래서 부자지간도 일하면서 맨날 싸움 ^^;; 나는 주인아주머니께 전화.

나 : 아주머니 혹시 물 잠근 건가요?
주인집 : 어? 물이 안 나와요? 아저씨가 잠갔나 보다.
나 : 저 지금 비누칠했는데 잠깐만 열어주시면 안 될까요?
주인 : 어. 알았어요. 잠깐 기다려요~

복도를 통해 여기 물 잠갔냐. 잠깐만 열어줘라. 어쩌고 다 들려옴. 잠시 후 아저씨들 옥신각신 5분 이상 경과 물 안 나옴... 비누 거품이 바삭해짐... 다시 전화.

나 : 아주머니 물 아직 안 나와요.
주인 : 어머 아직 안 나와요? 어떡해. 머리 감아요?
나 : 아니요 세수만 하면 되는데 잠깐이면 돼요. ㅋㅋ
주인 : 아니 이 아저씨들이 물부터 열라니까 뭘 둘이 자꾸 싸우고 저래. 잠깐만요. (수화기 든 채 현관문 열고 큰소리로 복도를 향해) 아저씨~~~~!!! 아래층 아가씨 지금 비누칠했대~~~~!!! 이거부터 좀 어떻게 해줘 봐요~~~!!!! 그거 나중에 하고요~~!!!! 지금 비누칠했다니까~~~!!!! 의논은 나중에 해요~~~ 이거 좀 먼저 해줘요~~ (애원인데 호령)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좀 기다리고 있을게요

복도에서 둘이 또 옥신각신 잠시 후 물 나옴.

주인 : 아가씨 오늘 나가요?
나 : 아니요. 집에 있을 거예요.
주인 : 아 난 씻는다고 해서 나가나 하고 (역시 같은 세계관) 아무튼 복도에 물 있고 살얼음 꼈으니까 되도록 나오지 말고 오갈 때 조심해요.
나 : 네 감사합니다~

#세수는왜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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