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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담 Apr 06. 2021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리뷰

나를 떼어놓고 읽기 힘든 책

북클럽 호담서원의 오세여 살롱 참가자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일상을 되돌이켜보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지난 페이퍼들을 읽어 보기만 해도 내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페이퍼를 적은 것이 느껴졌다. 이번 시즌을 시작할 때쯤 환경적인 변화도, 대인관계 변화도 여러모로 변화하는 시기였다. 그 때의 나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혼자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으나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직면하게 되었다. 매번 페이퍼를 쓸 때마다 그런 내 모습이 보여 불편했고 아직은 적응중인 독서모임에까지 그런 모습이 드러나 불편함은 더해져 갔다. 중간에는 이 불편함 때문에 독서모임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 그래도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싶어서 책을 다시 집었었다. 그런데 그 날 읽은 책은 평소보다는 더 잘 읽혔고 앞으로의 독서가 기대되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날 책을 덮기보다 펼친 선택이 잘된 것 같다. 지난 페이퍼를 읽으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어색한 부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가 바뀌었다는 거겠지…? 

나를 인식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치열한 과정이었다. 단순히 생각의 연결고리만을 찾는 게 아니라 그것의 인과관계를 알아내고 혹여나 그 관계를 찾지 못하더라도 개념적으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하기가지 하다니. 글로는 쉬워 보일지라도 하나의 사고나 감정에 사로잡히면 전체를 바라보기가 힘들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이번 시즌 내내 나에 대한 인과관계나 카테고리를 찾아보아도 전부 다 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하나씩 찾아낼 정도로 힘든 것 같다. 그래도 그 과정 덕분에 대학원에서의 나의 위치,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요새는 동기가 옆에서 뭐라 말해도 거슬리지가 않는다. 

인간 관계나 모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결이 비슷한 사람이 좋았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해주는 사람, 이 책에서 말하는 도덕적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점점 대인 관계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가는 듯해 내가 요즘 예민해진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섬세한 사람이 되어가는 거고, 나와 상대방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게 아닐까 싶다. 나는 특정 모임에 참여 하는 것에 대해 번거로움을 그동안 느끼지 못해 자주 참여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목적 없는 참여 보다는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 이곳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어 모였는지 말이다. 그렇게 목적을 생각하며 남는 시간을 나에게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책을 읽는 동안 전반적으로 나의 독서 방법이 변했다. 그동안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면 맥락을 끊고 싶지 않아 흘러가듯 읽고 편안하게 누워서 읽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읽다가는 내용 이해는커녕 페이퍼에 헛소리만 적기 딱 좋았다. 책 내용도 한줄 한줄 주옥 같아서 그냥 흘러 보내기에는 아까운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읽은 책 중 제일 공부하듯이 읽은 것 같다. 책에 밑줄 치는 것을 싫어했던 내가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서 줄도 긋고 노트에 끄적거리기도 했다. 어려운 말이 있으면 곱씹어 보고 예시도 생각해보았다. 이 과정은 이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요즘 전공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되어서 만족스럽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자주 놓이게 된다. 개개인마다 선택의 기준과 결과는 달라서 정답이 없고, 그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 정답이라며 가르쳐 주면 편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치열하게 내가 누구며 무엇을 원하는지 기준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 책은 그 기준을 제시해주진 않지만 기준을 세워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 듯하다.


이번 독서모임에서 사람들과 함께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어른들을 위한 비밀 동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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