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
악마가 가장 싫어하는 그것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
바티칸이 인정한 공식 수석 엑소시스트이자 최고의 구마사제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무 정보도 없이 봤는데 재밌다. 요즘에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몇 초 보다 말거나 건너뛰기할 때도 많은데 이 영화는 연출이 클래식한 맛이 있어서 몰입도가 높다. 물론 엑소시즘 특유의 전형성이 있긴 하지만 뻔한 전개는 아니고 논리도 훌륭하다.
서구의 영화나 드라마가 마녀를 다룰 때 마녀들이 마치 진짜 악마의 하수인인 듯이 그려냄으로써 역사 속의 실수를 반복할 때가 많은데 이 영화는 마녀 재판이나 바티칸의 치부를 합리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살인과 폭력을 마다하지 않는 종교의 광기를 설명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논리라고 생각됨.
러셀 크로가 연기한 아모르트 신부는 매우 매력적인 존재다. 그의 대사 중에 악마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농담이란 대사가 있다. 악령과 대화할 때, 상황이 절망적일 때, 스스로가 재물이 되어야 할 시점에도 아모르트 신부는 피실 피실 웃으며 농담을 하면서 심각한 상황을 비웃는다. 심각한 절망을 날려버리는 농담의 여유야말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뎌내는 유일한 무기란 생각을 하게 된다.
옛날에 동생이 뇌출혈을 일으키고 몇 번의 뇌수술 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을 때 너무 쉬운 걸 모르거나 하면 우리 가족은 수술 잘못된 거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그럼 그게 그렇게 웃겼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아모르트는 두려움을 이용하는 악령과 그런 식으로 싸운다.
귀신에 씌어 영혼이 파괴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일, 신의 대리자가 되어 무시무시한 존재와 싸우는 일, 생면부지의 존재에게 신을 대신하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신부. 다정한 것도 아니고 친절한 것도 아니지만 선과 악의 문제에서 타협이 없고 권력에 굴종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도 실력이 좋은 구마사제. 세상에 태어나 사제직을 한 모든 사람이 이랬다면 난 지금도 간절히 기도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강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도 악령을 이기기 위해선 구마 경험 없는 초보 신부와 신앙심 없는 가족의 도움, 강한 신뢰와 소신을 품은 교황과 동료의 후원이 필요했다. 두 신부는 결전에 앞서 서로의 죄를 용서하고 서로에게 기댄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각자의 죄는 서로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게 우리가 두려움을 먹으며 다가오는 악령을 이기는 방법 아닐까.
영화의 마무리는 007 같은 구마사제 시리즈가 나올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힘든 시기 왠지 힘이 된(?) 악령 퇴치 영화. 미국에선 흥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아모르트가 제대로 사역하게 한 여러 개의 퍼즐을 생각해 보니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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