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영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담 Nov 21. 2023

<소방서 옆 경찰서>와 <시카고 파이어>의 차이

한국 드라마가 놓치고 있는 당연함

요즘에 <소방서 옆 경찰서>를 보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시카고 파이어>와 비교를  하게 된다. 미국은 이런 범죄나 사고 관련된 시리즈를 10년 20년씩 연이어 만들어 히트시키고 있고 우린 이제 시작인데 그런 걸 감안하면 아주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진짜 극적 장면 연출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다루고 있는 직업군이 보면 기가 찰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슬로우 걸어서 주인공 영웅씬 만드느라고 사람 몸에 인화성 물질 뿌리고 라이터 꺼내는 걸 바로 옆에서 소방관 한 팀이 보면서도 어버버 하고 서 있다든지 업무의 기본이 깔린 디테일이 전혀 없다든지. 인물들이 장면 연출 때문에 무능해 보이는 장면이 너무 많다. 미드엔 그런 거 없음. 절대적으로 빠르고 직관적이고 민첩하다. 그래서 믿을 만하고. 그 원칙이 깨지지 않음.


예를 들어 <시카고 PD>와 <시카고 파이어>에서는 무슨 일의 전후, 상황 발생 및 변동 즉시 무전 치는 게 당연히 계속 나온다. 업무 원칙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엄격함이 드라마 전개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 드라마 보면서 온갖 상식을 많이 알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쪽은 엠뷸런스가 뒤집혔는데 무전을 안 치고 주인공들이 영웅적으로 일을 해결한다. 미드에서 이런 장면 나오면 후에 반드시 징계받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한 편이나마 드라마 현장 자문을 일정 기간 해본 경험을 비추어 보면... 한국 드라마가 아직은 동등한 팀 문화 속에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한 사람에 의해 다수의 합리적 의견이 묵살되지 않아야 하는데...) 로맨스나 판타지는 국제적 성공이 가능할지 몰라도 전문 조직 또는 민감한 사건과 상황을 다루는 장기 시리즈를 만들어 국제적으로도 성공하려면 좀 더 현실적인 현장 자문과 검증의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인 건 맞는데 저쪽(미국)도 되게 재밌는 드라마인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보여줄 때 오직 사람에게만 기대는 스토리로 호소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너무 드라마틱함에 힘을 싣는 느낌. 그래도 전문 용어 설명이나 그런 건 한국 쪽이 훨씬 친절하게 연출돼 있어서 보기 편하다.


그리고 정말 큰 차이! 한국 드라마엔 진짜 믿을 만한 서장이나 반장이 나오지 않고 그다음 직급의 영웅만 부각된다. 미국 드라마는 안 그렇다. 반드시 정신적 지주이자 기댈 만한 리더십이 굳건히 버티고 있고 거대한 축이 된다. 이건 한국 현실을 드러내는 건지 세계관의 한계인지 잘 모르겠음.


아무튼 보든 서장이나 보이트 형사 같은 캐릭터가 아직 한국 드라마에 없는 건 유감. 그나마 있는 게 <미생>인데... 너무 약함.


호담서원

매거진의 이전글 엑소시스트 - 더 바티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