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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니 Jul 17. 2022

우주에게

안녕, 우주야. 나야.


버스 기사가 그렇게 되고 싶어 하던 사람은, 사실 네가 처음은 아니야. 그럼에도 너는 특별해. 너처럼 버스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해하고,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는  즐겁다고 말하며, 버스 기사가 되려면 거스름돈을 줘야 한다고 수학 공부를 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거든.


네가 버스 기사가 된다면 나와 같은 승객의 인사도  받아주는 사람이겠지.


버스를 타고 졸다가 깼는데, 지하철역인 거야. 사람들은 거의  내렸는데 나는 허겁지겁 짐을 챙겼지.   좌석에 앉은 나는  문으로 나갈 여유도 없어서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하면서  문으로 내렸어. 어쩌면 졸고 있는 나를 위해, 오랫동안 정차해주신 게 아닐까-하며 몽글몽글 덩어리가 지는 기분과 함께.


나는 그런 사소한 마음의 박자가 맞을 때가 좋아.


너도 분명 그런 사람이  거야.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비록 네가 꿈을 이루었을 ,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것을 알아. 그토록 원했던 직업을 갖는 순간, ‘이게 전부인가하는 허탈감과 목표를 이루어 잃어버리는 것의 슬픔이  번에 몰려올 수도 있지. 너의 소식을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질투하거나 멸시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너는 부디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다시 중심을 잡았으면 . 거꾸로 뒤집히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너는 부디 이리저리 꺾이기만 하는 삶에 많은 감정을 느끼다가도 결국은 되돌아오기를.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고 느낄 , 비로소 돌아오기를. 막다른 곳에서 뛰어내리기를 여러  고민하고 괴로워하다가도, 결국에는 너의 그런 삶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깨닫기를.


나는 삶이란 아픔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해. 네가 아플수록 세상에 우주라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그렇게라도 생각하기를. 훗날  삶을 돌아보았을 , 정말 아프기만 했다고 반추한다면, 그건 정말 마음 아프니까. 아픔이   흔적이라고 믿기를.


우주야, 참 신기해. 우리가 속 깊은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데, 나는 네가 버스 이야기를 할 때의 또렷하게 빛나던 눈동자가 기억난다는 이유로 너를 깨달아. 너를 깨닫고 다짐하게 되는 나를 느껴. 그래서 나는 너를 통해 배우나 봐.


 너는 나를 잊겠지만 나는 너를 생각할 거야. 1호선 노선도만 보면, 그리고 버스만 보면, 꿈을 꾸는 눈동자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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