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지?
발령지를 받은 신규 선생님들, 특히 지방으로 발령받으신 분들께서는 '여기에 원룸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학교 주소를 검색할 것이다. 물론 학교 주위에 원룸이 있는 학교는 축복받은 학교에 당첨된 것이다. 내가 처음 발령받은 곳은 근처에 원룸 하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관사에 들어갔다.
관사에 살면 좋은 점은 매달 관리비를 제외하면 월세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동료 선생님들도 관사에 사시니 동료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쌓고 싶으신 분들은 밤새 동료들과 놀 수 있기에 만족하실 수도 있다. (다음날 보건실에 과음으로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도.)
그러나 관사는 대개 고독하다.
큰 베란다 창을 내려다보면 온통 초록으로 수 놓인 논이 펼쳐지고 그 주위에는 사람이 없다. 간혹 떠돌이 고양이가 지나다니고 할머니가 논 주위를 산책하신다.
배달 어플도 무용지물이다. 어플을 켠 순간 맛집을 확인할 수 없다. 주위에 뜨는 맛집이 없으니까! 학교 정문으로 나가면 겨우 찾을 수 있는 기사식당 비슷한 곳 서너 개가 이곳의 맛집이다.
관사는 대개 사생활이 없다.
옆방, 혹은 아래층 선생님들이 어떤 노래를 들으시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는지, 몇 시로 알람이 설정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평일에 학교에서 일하느라 너덜너덜하게 펄럭이는 몸을 뉘울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지만, 일요일 밤에는 관사로 돌아와 두꺼운 현관문을 닫는 순간, '감옥'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환경이 싫은 선생님들은 차를 타고 30분은 지나야 나오는 큰 시내에 터를 잡으시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매우 드물다. 신규 선생님들은 보통 차가 없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곳에서 교사를 하며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그 이유가 아니면 그곳은 정말 감옥섬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적응하지? 이런 생각에 두려움부터 엄습했다. 물론 나와는 달리 이곳에 잘 적응한 선생님도 계셨지만 그분도 결국 이곳에 몇 년 채우지 못하고 바로 나가셨다고 들었다.
우울의 늪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물리적 환경 탓에 나와 타인을 단절시킬수록 나는 내 안으로 파고들어 가기 마련이므로, 나는 버티고 이겨내야 함을 알고 있었다.
또한, 내 바람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 소원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것은 나의 오만일 것이다.
최대한 적응하자.
이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딱 그 최대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