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 위의 인권

엄마의 책상 -『깻잎 투쟁기』를 읽고...

by 물들래

이주 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저자 우춘희가 1,500일의 여정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직접 만나서 그들의 눈물로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는 현실을 알고 우리 밥상 위의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집필한 책이다.

노동자로서 자유롭게 일하기 위해 긴 시간과 적지 않은 경비를 지불하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노예가 되기 위해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고. 노예제도의 부활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속헹 씨 사망은 단순히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죽음이 확실하다. 다행히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음을 인정했고, 산업 재해 승인 결정이 나왔다는 소식은 그나마 유족들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12개월간 일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쓰레이응 씨의 48쪽의 사례, 10시간을 쉬지 않고 일해야 일당량 15,000장을 따야 하는 니몰 씨의 73쪽 사례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이외에도 여러 사례를 통해서 이건 비단 이주노동자의 문제뿐 아니라 힘없고 배경 없고 무시당하는 한국의 많은 노동자에게도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민이 사회의 약자이고 농촌의 현실이 열악하더라도 이주노동자를 착취하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결코 없다. 부디 그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랐다.


임금 체불 신고액만 1천억이 넘는 돈 떼먹는 한국 사회라니. 이게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한다’는 관행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최저임금의 절반만 준다고요? 그럼, 못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세금도 절반만 낼게요. 못 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음식값도, 버스값도 절반만 낼게요. 그러면 될까요?” 그나마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 준 캄보디아 출신 젊은 여성 노동자 비스나, 그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까 염려스럽지만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길 바랐다. 그래도 의식 있는 관리자라면 그들 편에 서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저자 우춘희는 직접 깻잎 밭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생활환경을 보았고, 농장주들로부터 농촌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온 후 달라진 풍경에 관해 전해 들었다. 위험한 작업 환경, 높은 노동 강도,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죽을 것 같은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깻잎 투쟁기는 알려주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는 아시아마트에서 동남아의 식자재를 대부분 구할 수 있고, 주변에 외국 음식점들도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난가을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주민들의 장터가 열렸다. 우연히 그 앞을 지나면서 각국의 향신료, 야채, 과일 등 생소한 식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주위로 사고파는 행위뿐 아니라 정겹게 인사 나누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 주변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이들이다.


책을 읽는 동안, 이 부조리한 상황에 화가 났고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식탁을 마주하는 태도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딸기 한 알, 깻잎 한 장, 상추와 배추 한 포기가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먹을 음식이 아니었다. 귀한 깨달음이다.


정현종의 詩, <방문객>을 곱씹어 읽어볼 때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인력’이 아닌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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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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