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의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를 읽으며...
세상이 펼쳐져 있는 한
삶은 늘 우울하다
인생은 병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인간은 언어라는 말도 이젠 그쳤고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저 혼자 깊어만 가는 이상한 江
人類
어느 누가 못 잊을 꿈을
무심코 중얼거리는가
푸른 하늘
흰 구름 한 점
(사람이 사람을 초월하면
자연이 된다)
시집 [물 위에 씌어진]에서, '서서히 말들이 없어진다' 詩 전문 옮김, 최승자, 2016
친구가 오늘 떠났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마음의 준비는 했으나...
1월에 조금 좋아져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는 친구의 톡을 보고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잠시 후 친구 영정사진 앞에 설 자신이 없다.
부고를 받고 책장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시집 한 권,
친구에게 작은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은 시 한 편을 찾았다.
고운 목소리를 지닌 친구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구나.
그게 죽음이구나. 죽음은 지금 내 곁에도 있다. 죽음을 피해 갈 수 있는 이가 어디 있으랴.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
용문, 강화, 제주에서의 북스테이,
그리고 조계사 템플스테이와 호캉스,
겨울이면 계획해서 떠났던 1박 2일 여행,
매년 봄 코엑스 국제도서전과 몇 차례의 미술관 산책,
우리 집 서재와 식탁에서의 추억,
팟캐스트를 진행했던 1년간의 따뜻한 시간들,
엄마의 책상과 책통사고 독서모임에서의 나눔까지...
다정다감했던 유림, 오래도록 잊지 않을 거야.
유림의 몸은 떠났지만 유림과 함께 했던 추억은 내 안에서 오래 살아있을 거야.
그나마 고통스러운 몸의 시간을 마치고 고통 없는 곳으로 떠났다는 것으로나마 남아있는 자들에게 위로가 될까?
작년과 올 한 해 건강상의 이유로 많이 빠졌지만 그래도 늘 마음은 도서관 테이블에 있었음을 잊지 않을게. 앞으로 2025년 완독한 책 포스터 앞에서 유림이 생각날 거야. 함께 했던 시간 진심 고마웠어. 편히 쉬길 바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