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TASHA TUDOR 展 롯데뮤지엄 20260108
이룰 수 있는 것을 모두 하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 그럼에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지금 아름다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전시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관람객이 많았다. 한가한 오후 시간대라 여유 있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타샤 튜더의 그림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뜻이리라. 현실 세계에서 소소하게 만날 수 있는 소재여서일까. 작품 크기도 아기자기하고, 익히 알고 있는 동식물들과 사계의 변화, 그리고 동화책과 그림책 삽화를 작은 액자 속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의외로 컸다.
타샤는 책을 읽을 때 영화를 보듯 읽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작품들은 살아 움직이듯 색감에서부터 생동감이 느껴졌다.
무기력한 요즈음, 우울감을 떨어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았던 내게 타샤 튜더의 삶은 소탈한 경건함을 전달했다. 타샤의 생애 앞에서 잠시 할 말을 잃고 다시 노동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그녀는 평생 다림질, 세탁, 요리,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하는 걸 좋아했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가정주부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그녀, 심지어 가정주부라는 직업은 찬탄할 만한 직업이라고 했던 그녀는 잼을 만들면서도 문학작품을 읽을 수 있는 주부라는 직책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 뭔가를 만들어가며 기쁨을 느끼는 여성들을 존경한다. 대표적 인물 중 1인으로 서슴없이 타샤 튜더를 꼽을 수 있다. 손으로 만드는 일을 기쁨으로 여긴 그녀는 책 인세로 구입한 버몬트의 30만 평 대지를 직접 가꾸면서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해 나갔다.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하고,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들고, 양모로 실을 뽑아 옷을 만들었다.
'게으른 손은 악마의 놀이터가 되어요.' 라며 늘 손을 쉬지 않았다는 타샤 튜더. 낮에는 정원에서 일하고 밤이면 페치카에 앉아서 뜨개질과 퀼트와 인형을 완성해 나갔던 타샤 튜더. 이뿐이랴. 밀랍 양초와 천연 염색, 바구니 짜기 등 손수 만드는 기쁨을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삼았던 타샤 튜더.
그녀의 일부를 만난 듯한 전시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자문했다. 결론은 예상했던 것보다 2% 부족한 듯 아쉬움을 남긴 전시였다.
[STILL, TASHA TUDOR] 전시맵 중 4번 식물과 꽃 코너와 12번 작은 정원은 너무 작위적인 정원으로 오히려 버몬트를 상상하는 자유를 방해받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작은 공간이라도 마른 꽃과 실제 하는 식물을 전시했으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일었다. 오히려 그 부분을 버몬트 정원 사계절 사진으로 채웠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러나 평생을 바지런하게 살다 떠나신 시모님을 추억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좋았다. 자그마한 외모와 굽은 어깨까지 타샤 튜더를 빼닮았던 어머니가 많이 그리웠던 시간이었다.
타샤 튜더의 말, 말, 말!
정원은 하룻밤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최소한 12년은 참고 기다려야 해요.
하지만 나는 정원이 너무 좋아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내 정원은 지상낙원이니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