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경회루에서...
고요가 머물고 있었다
사람 소리였으나 들리지 않았다
경회루 연못에 잠긴 소리가 꿈틀댔다
고궁 야간 조명이 못내 아쉬웠고
15세기가 21세기로 채색되고 있었다
관계 지향 발자취 나지막한 스침
휘리릭 날아가는 밤새의 음향조차
무겁게 가라앉았다 고요히 머물다
모든 게 가볍게 내려앉듯 스며들었다
스피커 안내 방송도 자음과 모음으로 부유했다
글자로 가볍게 날아다니던 음색이
그대 마음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병든 마음 깊은 곳 구름이 채워지고
웅성거리다가 버무리고 엉겨 붙다가
삐쳐서 날아갈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고궁의 밤은 그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고궁의 아침은 밤의 일을 모른 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