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세상에 태어난 그 해 5월 어느 날, 진짜 가족을 떠나 승아 누나와 승현 형아네 가족이 되었어요. 처음 누나와 형아를 만났을 때 누나는 열한 살, 형아는 아홉 살이었어요. 누나와 형아 등쌀에 못 이겨 날 입양하긴 했지만 엄마는 정작 치리오와 스킨십하길 꺼려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요. 그래도 처음엔 많이 섭섭했어요.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엄마 무릎이 가장 편하다는 걸 알았죠. 그 정도로 엄마와 가장 많은 스킨십을 하는 사이가 됐어요.
처음에 누나와 형은 치를 서로 데리고 자겠다고 다퉜어요. 엄마와 아빠가 규칙을 세웠죠. 누나 방에서 하루, 형아 방에서 하루씩 자는 걸로요. 치리오를 위한 폭신한 매트는 매일 누나방, 형방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어요. 누나는 잠자다가 몇 번씩 깼죠. 치가 잘 자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요. 털 뭉치처럼 작은 치리오 때문에 잠버릇 험한 누나는 불안했던 거죠. 치가 안전하게 매트에 있는 걸 보고는 안심하는 것 같았어요.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다가 다시 잠들었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이런 건가 봐요.
중학생이 된 누나는 친구와 통화할 때마다 치리오 이야기를 합니다.
-- 대부분의 강아지들이 그렇겠지만 치리오는 더더 맑고 순수한 강아지야.
--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눈빛을 가진 강아지라니까.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깨가 으쓱해 지곤 했죠. 맑고 순수한 치를 알아보는 누나야말로 순수 그 자체랍니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아름답죠.
언젠가 가족끼리 에버랜드 놀이공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에버랜드는 반려견 입장이 안 돼서 하루 종일 혼자 집을 지키는 신세가 됐죠. 저녁 늦게 돌아온 누나는 치에게 미안했던지 판다 인형을 선물했어요. 판다 관련 퀴즈에서 정답을 맞히고 받은 선물이라나요. 동물에 대한 상식이 많은 누나는 행사장 이벤트 퀴즈에 참여해서 종종 선물을 받아오곤 했어요. 선물을 치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며 가지고 놀게 해주는 누나가 고마웠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심심했는데 따뜻한 누나 마음이 전달됐어요. 서운한 마음이 다시 보드라워졌죠. 이제 치도 꽉 찬 세 살이 되고 보니 미안해하는 가족의 마음이 잘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가족이 외출할 때면 치리오도 함께 따라가고 싶다는 거 다들 알고 있죠?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란 치리오의 모습은 승현 형아의 그림으로 확인해 보세요. 엄마의 정성 가득 담긴 간식과 영양가 있는 사료로 폭풍 성장한 치리오는 조금씩 산책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