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당사자 이해하기
조현병: 한 때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기존 병명에 붙은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바뀐 병명이다. 주로 병명을 접하게 되는 때는 강력 사건 뉴스 보도이고, 사람들은 범인이 정신 미약을 이유로 형량이 줄어들까 우려한다. 최근 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현병 환자들이 치료제를 먹으며 일상생활을 해가는 모습을 보고, 뉴스와 다른 병의 면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딱, 여기까지가 조현병에 대해 내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이다.
올해 독서모임에서 당사자의 시선이 담긴 정신질환 관련 생물학 도서를 꾸준히 읽고 있는데, 마침 #나의조현병삼촌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현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다. 부정적 시선이 묻지 않은, 한 명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환자의 모습을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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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은 뇌세포 간 연결의 문제로 인해 뇌가 ‘외부 자극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감각으로 받아들여’ 환시를 겪거나 환청을 듣기도 하며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게 되는 병이다. 많은 환자가 치료제를 복용하면 원활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책은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환자 증상 대처법과 고충을 말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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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저자의 ‘아빠’는 “알려지면 사회적 인식이 재고되고 제도가 만들어지잖아.”라고 말한다. 이 말처럼, 이 책은 조현병 당사자를 깊게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조현병 당사자가 사회에 쉽게 스며들지 못하는 이유도 함께 알게 되었다. 이 이유는 다른 질병에도 해당되는 이유였다. 대중이 병을 정확히 인식할 기회가 적고, 사회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아픈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어, 질병 당사자는 사회에서 밀려 나가기 쉽다.
대중이 그 병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은 대중과 전문가가 연결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보통 이 연결은 언론이 담당한다. 조현병(또는 다른 질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또한 병에 걸렸음을 밝히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환자’가 되는 순간 사회 외곽 또는 바깥으로 밀려나게 될 걸 아니까. 병을 인정하지 못하고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병의 치료가 늦어지고, 늦어질수록 병이 악화되며 잘 치료될 가능성도 적어진다. 즉, 환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한다. 사회적으로는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자신의 환각을 병증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결국 병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는 환자와 사회 모두에게 불이익을 발생시킨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도 정신적으로 위태로워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타인과 교류하고 자신의 쓸모를 확인하는 장소는 일터다. 이는 조현병(또는 다른 질환) 환자에게도 적용된다. 조현병 환자(유증상자)가 일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일터(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는 환각 때문에 타인의 말을 인지하는 속도가 느릴 수 있으며, 이 경우 환자에게 빠르고 긴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일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더할 뿐이다)가 필요하다.
이 책뿐만 아니라 여러 질환 관련 책을 읽을수록 강하게 생각하게 되는 점은, 환자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환자를 대하는 사람들(정책, 주변인)의 미숙함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또한, 질병 발생 후 환자와 주변인이 살아가는 것을 버거워하게 되는 큰 이유가 이들을 도와줄 공동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기존 전통적 공동체가 해체될 때 이 공동체가 제공하던 기능-돌봄-을 대신 제공할 사회적 존재가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만들어지지 못했고, 결국 개인 한 사람이 공동체가 맡았던 모든 부담을 지게 된 상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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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현병 삼촌> 이하늬 저. 도서출판 아몬드 펴냄. 2023.07.17 출간
(원문에 개인적인 의견을 더해 재구성한 부분도 있습니다)
[증상]
p.32 환청이 보통 때보다 자주 들리면 ‘아, 병이 오는구나’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면 병의 증상 때문이라는 인식이 사라져버린다. 환청이 하는 말을 믿고 환청과 대화를 나누고 망상에 빠진다.
p.56 환청이나 환시 같은 환각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당사자에게는 생생하게 존재하는 현실이다. E. 풀러 토리는 “뇌가 그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에서 그 목소리는 실제이다”라고 말했다.
p.64 전문가들이 망상을 가장 고치기 힘든 증상으로 꼽는 이유는 망상이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생기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단계를 거쳐 완성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ex. 집 평수가 111제곱미터 —> 111은 국정원 신고번호 —> 국정원은 내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 장우석 사회복지사는 책 <당신은 아파했던 만큼 행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에서 망상과 관련해 “약물이 해결해줄 수 있는 망상은 표면적인 것”이라며 “약물을 통해 망상이 어느 정도 잡힌 이후에는 정신과 의사 혹은 전문상담사, 멘토와 함께 망상의 잔재를 걷어내고 허구성을 분석”하는 과정이 치료에 꼭 필요하다고 봤다.
p.65 삼촌이 환청을 통해 자기가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던 것처럼, 삼촌의 망상 역시 기괴한 생각보다는 주로 희망이나 바람에 관한 것이었다.
p.120 삼촌이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기에 자신의 질병과 장애를 ‘거슬리지 않는’ 정도로 받아들이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여기까지 오는 데 40년이 걸렸다.
p.124 조현병 당사자라고 항상 특이한 하루를 보내는 건 아니다. 삼촌 내면에서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오간다 할지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은 한 일상을 잠식하지는 않는다. 이는 삼촌의 기능이 나쁘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기능: 언어/감정 표현, 가지 관리, 관계 맺기 등 일상을 영위하는 데 전반적으로 필요한 것들. 발병 전에 기능을 좋게 쌓아뒀다면 발병 후에도 이 기능이 여전히 남아 환자의 일상생활 영위를 도움)
p.176 40대 이후에는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음
p.190 조현병 증상 일부는 도파민이 과도할 경우 발생하는데 이 경우 치료를 위해 도파민 차단 기작의 약물을 복용하게 됨. 이로 인해 파킨슨병 증상(근육 경직, 인지능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음.
[발병]
조현병은 뇌의 특정 영역이 아닌 여러 영역 사이의 연결 문제로 발생(신경전달물질의 전달 문제)
조현병이 발생하기 쉽게 만드는 유전자가 존재하지만, 환경에 따라 발생여부가 달라짐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병)
조현병 환자의 약 1/3이 유전적으로, 2/3이 비유전적으로 발생
조현병 호발은 특정 연령에서 나타남: 여성 20대 후반~30대 초반, 남성 10대 후반~20대 초반
조현병 발병 이후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 (재발 없이 완전히 회복되는 비율: 25%)
스트레스가 곧장 조현병 재발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환자에 따라 큰 스트레스(주변인의 자살, 사업, 결혼 등) 때마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함.
조현병은 이유 없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는 흐름을 가짐(주기성). 이 흐름 내에 병증이 끊기는 경우는 드묾(흐름 내에서 정상 기능을 보이지 않음)
조현병은 ‘조현병 스펙트럼’ 안에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스펙트럼 내의 다른 질병명으로 진단될 수 있음(조현병,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 1형, 조현정동장애 등)
[치료와 회복]
증상이 나타난 후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짧을수록 치료가 잘 되고 예후가 좋다 (WHO는 12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
우울증: “100퍼센트 재발하지 않는다는 걸 완치라고 본다면 우울증은 완치되지 않아요. 하지만 우울증 때문에 일상을 방해받지 않고 의욕적으로 내 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을 완치라고 본다면 완치는 가능합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적합한 입원 병원이 다름: 양성 치료 - 급성기 병원, 음성 치료 - 만성기 병동, 내외과 치료가 함께 필요 시 - 종합병원. 환자 상태와 다른 병원에 입원 시 제대로 된 치료와 돌봄을 받지 못해 치료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입원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음.
[대응]
p.67 삼촌의 주치의는 삼촌의 생각(망상)에 동조하지도 반박하지도 말라고 조언했다. ‘삼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알겠는데 나는 잘 모르겠네’ 혹은 ‘삼촌이 원하는 게 뭔지 알겠지만 일단 지금은 치료부터 생각하자’는 식이다. (…) 환각도 마찬가지다. ‘그런 소리가 안 들리는데 무슨 말을 하느냐’는 반응보다는 그 증상이 당사자를 힘들게 하는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싶은지, 가족이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를 물어보는 편이 좋다.
p.95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에 통합돼 살아갔다. 대가족 기반의 마을 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사는 노동 특성상 시공간의 제약이 적어 정신장애인이 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는 일이었다. (…) 급속한 도시화는 정신장애인을 향한 공포감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동했다. 도시는 농촌에 비해 거주지 인구 밀도가 높지만 이웃과의 소통은 오히려 적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장애인의 존재와 그들의 기이해 보이는 행동은 그저 낯설고 무섭게 다가올 뿐이다.
p.110 38년간 돌본 중증장애인 딸을 살해한 A씨는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당시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반복되자‘간병살인’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사회현상이 된 것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답은 정해져 있다. 당사자와 가족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 (…) p.201 조현병 환자의 입원의 경우도 모든 과정을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큼 (이를 도울 정부 시스템 필요)
p.130 비장애인 중에도 폭력을 행사하며 화를 분출하는 사람이 있듯, 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장애인은 개인의 성향이 폭력적이기 때문임.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지표는 과거 경력” “한 번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란성쌍둥이 연구 결과) 조현병에 걸린 사람도 핵심 성격(조용함, 위험한 행동 잦음 등)은 최소한만 변한다.”
p.131 “조현병 환자의 살인 범죄는 약 600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하는데 대부분 발병 후 첫 치료를 받기 전에 일어난다.”
p.137 많은 연구들은 ‘일’이 정신장애인의 증상을 개선하고 재발 및 입원 가능성을 낮춘다고 보고한다. 일은 대인관계 회피나 감정 둔화 등의 음성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현실에 맞게 행동하게 함으로써 현실감각을 높이기 때문이다.
p.143 정신장애 등록을 할 경우, 한국장애인개발원 및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을 통해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노동 강도와 일터 환경이 아닌 ‘장애인에게 알맞은 노동 강도와 일터 환경을 갖춘 일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짐. 이러한 일자리 중 병증과 개인 성향에 맞춰 ‘자신이 큰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을 만한’ 일자리를 선택하면 됨.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경우 정신장애 증상 악화로 이어질 수 있음.
p.205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할 때는 “가능하다면 많은 일을 스스로 하도록 하고” “그를 사랑하고 돕고자 한다는 사실을 항상 느낄 수 있도록 하라”
p.206 영원히 보호자가 조현병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환자도 독립 연습을 해야 함. ‘삼촌’은 원룸으로 독립 후 독립 생활을 1년 넘게 잘 지속 중이라고 함. 그룹홈 등을 이용할 수도 있음. 단, 현재 이러한 정신재활시설이 매우 부족한 상황임.
p.220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사회와 소통해야 부정적이던 사회 인식이 바뀌어갈 수 있음.
[참고할 도서]
<조현병의 모든 것> E. 풀러 토리
<아빠는 즐거운 조울증> 기타 모리오, 정신과 의사인 조울증 환자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차승민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