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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 상사와 소통할 때 꼭 알아야 할 표현들

“확인해서 다시 알려드릴게요”를 영어로 자연스럽게 말하는 법

by Joshua Kim
run_it_by.png Run it by vs. Touch base with


사단장님 방문 소동, 10분을 위해 몇 주를 준비하다

20대 초반, 강원도에 있는 포병 부대에서 복무하던 때의 일입니다.

포병 부대의 특성상 지상 부대의 사격 지원을 위해 산이 많은 지역에 진지를 구축해 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그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읍내와는 사뭇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워낙 외진 곳이다 보니 장성들의 방문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병장을 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대에 큰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단장님이 친히 헬기를 타고 저희 부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예하 부대의 격려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거의 방문하지 않은 부대를 한 번쯤 들르려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대장님 이하 전 부대가 난리가 났습니다.


높으신 분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그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부대 전체가 많은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막상 당일이 되었을 때, 사단장님과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정말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아, 병사들, 특히 병장들은 그 시간대에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숨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하필 사단장님이 반드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는 정보과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헬기에서 내려 차로 지휘통제실을 방문한 사단장님이 도착하셨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목소리 작은 대대장님의 사자후 같은 “충~성!”이라는 경례 구호 때문이었습니다.


숨죽이며 상황을 엿보고 있었는데, 웬걸, 10분도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충성!”이라는 우렁찬 대대장님의 경례 구호가 들려왔고, 사단장님의 번개 같은 짧은 방문이 끝났음을 직감했습니다.

고작 10분도 안 되는 방문을 위해 부대 전체가 몇 주간 온갖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허탈해집니다.


위계질서에 익숙한 한국, 수평적인 미국

한국은 전쟁을 겪고 또 오랜 시간 동안 군대 문화에 익숙해진 탓인지, 어느 자리에서건 첫 만남에서도 누가 위인지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나이가 누가 많은지를 따지기도 하고, 같은 회사라면 본사인지 계열사인지, 그리고 부서 내에서도 직급에 따라 위아래가 확연히 정해지고, 그에 따라 대하는 태도와 말투가 달라집니다.


신기하게도 미국은 이런 문화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회사의 회장이건 상사이건, 사람 대 사람으로 위아래를 구분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상대방에게 접근합니다.

CEO가 회사를 방문했을 때, 최근에 채용된 직원과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도 하는 진기한 풍경이 매일의 일상처럼 진행됩니다.


이곳에 이민 온 지 20년이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에서 이런 문화를 접할 때마다 익숙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곳 문화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든 것 같습니다.

문화의 적응은 얼마나 오래 이곳에 살았느냐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얼마나 이 문화에 익숙해졌느냐가 더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 온전히 성장하지 않은 어린 아이나 초등학생 때 이 문화를 접하는 것이, 문화에 더 쉽게 동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중고등학생의 나이만 되어도 새로운 문화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은 힘듭니다.


수평문화 속의 책임감, 미국 직장의 소통 표현

그런데 위아래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아예 없어 보이는 미국에서도, 책임이 따르는 일의 결정이나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업무에서는 반드시 직장 상사에게 물어보고 확답을 받은 후에 일을 진행합니다.


마치 한국 회사에서 일반 직원이 부서의 팀장과 과장, 그리고 부장 등 모든 상위 직급의 결재를 받아 일을 진행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물론 한국처럼 결재 서류를 준비해서 일일이 부서의 책임자들에게 서명을 받는 경우는 없지만,

주로 대면하여 확답을 받는다든지, 아니면 이메일을 통해서 확답을 받게 됩니다.


그때 흔하게 듣는 표현이 "Run it by"라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매니저에게 일의 결정을 물었을 때, 매니저 스스로 결정 내리기 애매한 문제라면,

매니저의 상급자에게 먼저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대답합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이지만 좀 더 업무에 관계된 딱딱한 표현으로는 "Touch base with"를 쓰기도 합니다.

두 표현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용되는 상황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Run it by"는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도 “먼저 물어보고 알려줄게”라는 뜻으로 자연스럽게 쓰이지만, "Touch base with"는 회사에서 업무와 관계될 때 주로 사용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1. Run it by + 사람

<<아이디어나 제안이 있을 때>>
의미: ~에게 먼저 이야기해 보고 의견을 듣다 / 허락을 구하다
상황: 친구, 가족, 직장 동료 등 비교적 편한 관계에서 사용
I’ll run it by my wife and let you know.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해 보고 알려줄게요.)
That sounds like a good idea. Why don’t you run it by the design team first?
(좋은 생각 같아요. 디자인 팀에게 먼저 의견을 들어보는 게 어때요?)


2. Touch base with + 사람

<< 진행 상황 확인이나 실무적 조율이 필요할 때>>
의미: ~와 잠깐 연락하다, 확인차 이야기하다
상황: 비즈니스, 직장 등 공식적인 상황에서 자주 사용
Let me touch base with my manager and I’ll get back to you.
(매니저와 먼저 이야기해 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We should touch base with the client before finalizing the proposal.
(제안서를 마무리하기 전에 클라이언트와 먼저 이야기해 보는 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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