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부터 실전까지
AI를 통한 새로운 학습의 가능성
“나는 AI와 공부한다”(원제: Brave New Words)의 저자인 살만 칸(Salman Khan)은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MIT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수재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그는 사촌동생의 수학 공부를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더 많은 사촌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해 자신의 강의를 녹음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온라인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Khan Academy라는 비영리 재단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여름, ChatGPT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그는 ChatGPT의 창업자인 샘 알트만(Sam Altman)과 그렉 브록만(Greg Brockman)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ChatGPT를 세상에 발표하기 전, 비영리 재단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고자 칸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을 전공했던 공학도였던 칸은 AI의 성능 향상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생물학에 관한 질문과 구체적인 대화를 통해 ChatGPT의 성능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Khanmigo: 능동형 AI 가정교사의 탄생
베타 테스트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칸은 그때부터 AI를 어떻게 더 나은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수동적 사용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적용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Khanmigo’라는 코드명의 능동형 AI 가정교사 모델을 2023년 3월에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Khan + conmigo’, 스페인어로 “나와 함께”라는 뜻).
Khanmigo의 특징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동기부여를 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창의적으로 사고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그저 주어진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기계가 아니라, 진정한 가정교사처럼 학습자를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부여한 것입니다. 이 모델을 지역 학교에 적용한 결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놀랍게 증가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ChatGPT를 능동형 학습 도우미로 활용한 사례는, 영어를 연습하는 우리에게도 매우 고무적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어색함을 넘어 자연스러운 대화로
저는 한국에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강사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새로 부임한 원어민 강사와 친해지라고 원장 선생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둘만의 대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잘 모르는 사이여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몇 마디만 주고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분명히 그 미국인은 이야기할 주제만 확실했다면 충분히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어색했던 이유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선뜻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간에 ChatGPT Voice Mode로 영어 대화를 연습하는 장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Voice Mode를 사용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어색하고 선뜻 말하기 어려운 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사례를 통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단계: 영어 문장 준비하기
우선 영어로 된 교재나 글, 또는 대화의 일부분을 발췌해 앞에 준비해 둡니다.
현재 읽고 있는 영어책 한 페이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한 장면의 대사 등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미국 드라마 Dawson’s Creek에 나오는 문장을 발췌했습니다.
“Your sister and I were up this morning scheming up ways to turn up a profit with the restaurant.”
두 번째 단계: 기본적인 질문 던지기
발췌한 문장에서 궁금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정해 질문합니다.
마치 영어 선생님에게 묻듯, 자연스럽게 영어로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Me: Hey there. (안녕하세요.)
GPT: Hey! What’s up?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Me: Nothing much. I just played an audio file. Could you explain the meaning of this sentence?
(별일 없습니다. 방금 오디오 파일을 틀었는데요, 이 문장의 뜻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GPT: Sure! It means your sister and the speaker woke up this morning and were discussing ideas to make the restaurant more profitable. “Scheming up” is a casual way to say “coming up with” or “brainstorming.”
( 네! 이 문장은 오늘 아침, 네 여동생과 화자가 레스토랑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scheming up”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다”나 “브레인스토밍하다”를 다소 친근하게 표현한 구어체입니다.)
세 번째 단계: 추가 질문하기
단어나 표현을 이해한 뒤, 관련 내용을 더 깊이 질문합니다.
Me: Is it slang or just another way of saying “come up with”?
(이거 슬랭(속어)인가요, 아니면 그냥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다”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건가요?)
GPT: Yeah, “scheming up” is a bit slangy. It means brainstorming or coming up with ideas, often with a playful or mischievous tone.
(네, “scheming up”은 약간 슬랭처럼 들려요. 장난스럽거나 재치 있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걸 뜻해요.)
Me: Is “turn up a profit” a common expression?
(“Turn up a profit”도 흔히 쓰이는 표현인가요?)
GPT: “Turn up a profit” is fairly common. It means to make a profit or become profitable. It’s not slang, just a straightforward business expression.
(네, 꽤 자주 쓰여요. 이 표현은 “수익을 내다” 또는 “이익을 얻다”는 뜻이고, 슬랭은 아니에요. 그냥 일반적인 비즈니스 표현입니다.)
네 번째 단계: 자유롭게 확장 질문하기
이 단계에서는 본문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아무 질문이나 자유롭게 던집니다.
이때부터가 진짜 영어 대화 연습의 시작입니다.
Me: In my opinion, I might prefer using “brainstorming” or “come up with an idea” instead of “scheming up.”
(제 생각에는 “scheming up”보다는 “brainstorming”이나 “come up with an idea”를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GPT: Exactly! You can say “brainstorming ideas” or “coming up with ideas” in a more formal context. “Scheming up” is just a fun way to say it. Anything else you’d like to know?
(맞아요! 좀 더 포멀 한 상황에서는 “brainstorming ideas”나 “coming up with ideas”라고 표현하는 게 좋아요. “scheming up”은 그냥 재미있게 말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 있으신가요?)
Me: I think that’s it for now. (지금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GPT: Alright, sounds good! Have a great day!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영어 대화를 위한 준비 운동: Warming Up
참고로, 하루 종일 한국어만 쓰다가 갑자기 영어 대화를 시도하면 생각처럼 영어가 잘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두뇌가 ‘한국어 엔진’에서 ‘영어 엔진’으로 전환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짧은 영어 오디오북이나 뉴스 문장을 듣고 따라 하는 ‘섀도잉(Shadowing)’ 연습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치 추운 겨울 아침, 자동차 엔진을 예열하는 것처럼 본격적인 영어 대화 전 Warming up 단계를 가지는 것입니다. 저는 보통 짧은 문장 10개 정도를 듣고 따라 말하며 영어 엔진으로 전환하는 준비를 합니다.
무술 수업(Martial Arts Class)과 영어 학습의 공통점
미국에 온 이후, 저는 10년 넘게 꾸준히 무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면 항상 두 가지 메인 테크닉을 배우기 전, 간단한 스트레칭과 기본 펀치, 킥을 반복 연습합니다. 그리고 몸 전체를 풀어주는 폼(Form) 연습을 한 뒤, 땀이 날 정도로 몸을 풀고 나서야 본격적인 테크닉 수업이 시작됩니다.
영어 연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의 준비와 워밍업 단계를 거친다면, ChatGPT를 마치 개인 영어교사처럼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힘내서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