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근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집에서 늘어지기 일쑤. 겨우겨우 안방 책상에 앉아도 1시간도 채 버티기 쉽지 않다. 반려묘 까미는 “집사야, 왜 나랑 놀아주지 않고 책상에서 놀고 있냐?”(고양이는 집사가 한 자리에 잠자코 있으면 쉬는 것처럼 본다.) 같이 놀자고 책상 위에 올라와서 일을 방해하기 다반사. 어디 그뿐인가. 뒤돌아보면 떡하니 있는 침대는 “침대 밖은 위험해. 여기 들어와서 편히 쉬어.”라고 달콤하게 유혹한다. 내가 이 모든 꾐에도 이겨나갈 꼿꼿한 정신이 있냐고? 전혀 없다. 비 오는 날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집에서 단단히 마음먹고 일해본들 소용이 없다. 1시간이면 끝낼 일도 하루 종일 걸린 적도 많았다. 이쯤 되면 순순히 백기를 들어야 한다.
나가기 전 과정도 녹록지 않다. 방학이니까 아이 밥을 챙겨주고, “숙제하고 놀아라!”라는 잔소리를 잊으면 안 된다. 집에 다시 들어왔을 때, 한번 해보면 절대 포기가 안 되는 쾌적함을 느끼려면 반드시 로봇청소기도 돌려야 한다. 로봇청소기는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집 로봇은 걸레를 빨아주는데, 깨끗한 물을 채우고, 걸레 빤 물을 버리고, 몇 번 쓴 걸레는 찝찝하니 교체해 줘야 한다. 로봇청소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집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떨어진 물건을 치워야 한다. 애벌 빨래를 하듯이, 애벌 청소 개념으로 어느 정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 외출했을 때, 다른 사람 보기 혐오감을 주지 않으려면 귀찮아도 씻어야 한다. 샤워를 끝내고 나오면 때마침 세탁기 종료음이 울린다. 건조기에 넣지 못하는 건 널고, 나머지는 건조기에 돌린다.
드디어 나갈 시간. 노트북 가방을 팔에 걸고, 전날 음식물 쓰레기부터 재활용 수거함에 넣을 옷가지나 신발까지 대롱대롱 매단 채 집을 나선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벌써 왜 이렇게 피곤하지?’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육아와 집안일로부터 멀어졌단 생각에 몸도 마음도 가볍고 상쾌하다. 그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비장함까지 감돈다. 그 순간 난 ‘어디로 갈까? S 카페로 갈까? 아니면 P 카페?’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스터디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휴니까 카페에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 같아서, 스터디 카페가 나을 것 같았기에.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식사 직후 나른한 오후는 스터디 카페에 가는 건 금물이다. 일은커녕 아주 편안하게 몇 시간을 내리 잘 수 있으니까. 잠과 사투할 상황이 아니라면 스터디 카페는 꽤 좋다. 내가 가는 스터디 카페엔 노트북 존이 따로 있어서 타자 소리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제빙기까지 갖춘 곳이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물론이고, 약간의 허기를 달래줄 간식들이 충분히 있다. 내 취향대로 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고 노트북을 켜면 마침내 일할 준비 완료.
다소 긴 과정을 거치고 카페에 온 덕분에, 외출 전 로봇청소기 버튼을 누르면 청소를 끝나기 전까지 쉼 없이 일을 하듯이, 나 역시도 두 시간 혹은 세 시간을 내리 작업할 수 있다. 내 일을 가로막는 냥이도, 집안일도, 육아도 없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고, 내 안의 작동 버튼도 켜졌으니까. 이제, 나는 오로지 글만 쓰면 된다. ‘오늘은 무슨 얘기를 쓸까?’ 고민은 깊어지지만 괜찮다. 그저 노트북에 내 머리와 손을 맡겨 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