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라클 모닝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저 딴 세상 사람들 얘기로 치부했다. 나도 몇 번 새벽에 일어나기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내 의지가 약해서 못 한다’라는 자괴감과 함께 ‘남들 따라 하는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라는 결론을 지었다.
최근에 <아침이 달라지는 저녁 루틴의 힘/류한빈 지음>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면 저녁형 인간이 돼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퇴근 후 3시간,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어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프리랜서로 일한 지도 어언 20년. 나는 퇴근 시각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저녁 먹고 난 이후 8시에 육아 퇴근을 하고, 두 번째 하루가 개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저녁’이라는 고정된 자유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꼭 ‘돈’이 되는 일이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연초부터 100일 글쓰기를 하는 중이다. 매일 글을 써서 밤 11시 전에 업로드하고 있다. 저녁 루틴을 만들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100일 글쓰기를 한 덕분에 저녁 루틴이 자연스럽게 생긴 셈이다.
주말에는 평일 저녁보다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다. 하지만 평일 저녁보다 주말에 글쓰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왜냐하면 자유 시간이 많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절제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12시간 안에 글을 쓰면 되지만, 평일 저녁에는 3시간 안에 글을 써야 한다. 시간이 많다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건 아니다. ‘몇 시간밖에 안 남았네?’ 시간을 의식하게 되니까, 오히려 한정된 시간 안에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요즘 낮에는 일과 육아로 지쳐있다가도 8시가 되면 신기하게도 없던 힘이 샘솟는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에너지가 고갈되기보다 오히려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오늘도 내가 100일 글쓰기를 해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코로나 블루로 삶이 피폐했던 시절, 나를 버티게 해 줬던 건 30분 요가와 1시간 책 읽기였다. 낮에는 무기력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날이 많았다. 하지만 자기 전에 요가도 했고 책도 읽었기에,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이 아니라, ‘뭐라도’ 한 날이었다. 그 변화는 컸다. 나는 점점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돼가고 있었다.
아무도 100일 글쓰기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 물어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 묻고 답한다. 급기야 주변 사람들한테 선전포고하듯이 말한다.
“지금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이거 끝나면 작사 공부를 시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