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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Apr 06. 2021

오늘을 살아가세요

넷플릭스 드라마 <눈이 부시게> 리뷰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가방 무게는 얼마나 될까? 유튜브 채널 'PROOF'에는 구리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가방 무게를 재어보았다'라는 영상이 올라와 있다. 


영상속 학생들의 가방은 5kg에서 15.5kg에 달할 정도로 무겁고 버겁다. 


1.5L 생수 약 5병에 달하는 무게의 가방을 메고 그보다 더 무거운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로 아이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에게 오늘은 없다. 경쟁에 내몰려 피를 흘리며 버티거나 패배자로 낙인찍힌 하루가 있을 뿐이다. 30년 가까이가 되었어도 전혀 바뀌지 않아 서태지가 외치던 그 노래는 여전히 듣는 내내 가슴에 한이 서려 있다.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있는 그 애 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매일까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 <교실 이데아> 1994.)      


이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최고 승리자는 인스카이.(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그러나 그중에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서울대학교의 자화상은 너무 허망하다. 2019년 ‘서울대학교 학생 복지 현황 및 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대생 절반 가까이가 우울증에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십 년을 잃어버리고 살아간 결과치 고는 말할 수 없이 암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이 땅의 아이들은 생수병 5개를 등에 짊어 지고 이리저리 경쟁에 뒤쳐질까 돌아다니고 있다.     


하루라는 시간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일까? 우리의 인생에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모처럼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에 빠지게 된 것은 김혜자 씨의 수상소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 처음에는 시계를 소제로 한 타임루프의 드라마로 장르는 로맨스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정을 소재로 한 신파극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들의 흡입력과 이야기의 전개의 몰입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이 모든 전개들을 이해할 수 있는 현실감 담긴 이야기였음을 알려준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의 생각 속에 진행된 이야기. 그 이야기들 속에서 드라마는 우리가 너무 쉽게 놓치는 하루라는 시간을 다시 일깨운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혜자 씨는 백상 예술 대상에서 대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영상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가져다준다. 


유튜브 영상으로 남아있는 이 영상에 Rachel Lee라는 사람은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눈이 부시게를 보고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 몰라요. 우울하게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하루를 지나던 제가 이제는 아주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답니다. 어제가 후회되더라도, 내일이 불안하더라도 오늘을 살아내겠습니다. 사는 것의 가치를, 세상에 발 디디고 있음의 기쁨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도, 내일도 열심은 아니더라도 성심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경쟁으로 얼룩져 오늘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과 청년들과 우동 한 그릇 사주며 이 드라마를 함께 보고 싶다. 


그리고 김혜자 씨의 수상소감이자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대사를 그들에게 전하며 리뷰를 마치고 싶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콤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많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 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마지막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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