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보드타는 아저씨

일상이라는 여행 n.2

by 박상민



하늘이의 킥보드. 예전엔 앞에 사람만 있으면 멈췄는데 이제 요리조리 잘 다닌다. 어느덧 5살의 중반에 이른 하늘이. 언어 폭발기로 다양한 언어를 섭렵하며, 킥보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하늘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주거나

데리고 올 때 무엇보다 빠르게 올 수

있어서 애용하는 킥보드.


<어느새 날렵해진 그녀의 퀵보드 주행>


다섯살이 되면서 하늘이의 킥보드에

속도가 붙고 어느새 퀵보드가 되었다.

가끔 너무 빠르게 다니는 킥보드를

향해 위험한 곳을 향하는 킥보드를 향해

나는 소리친다!


그만! 멈춰! 위험해!!!!!!

여전히 빠르면 내 소리는 주변 모든 걸 성큼성큼 넘어가 하늘이 귀까지 울릴 정도로 커진다. 그럴 때면 하늘인 갑자기 멈추고, 멀뚱멀뚱 나를 바라본다. 때로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바꾼다.


아저씨다 되어버린 내 인생에도 누군가가 소리쳐주면 좋겠다. 너무 빠르게 살아갈때 .... 방향을 잘못 틀어 주변을 바라보지 못하고 위험할 때.


멈춰! 천천히! 그만!

하고 소리쳐주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늘어난 뱃살과 얇아진 종아리를 겨우 퀵보드에 올리고 위태위태하게 달리며 가속도가 붙은 아저씨들에게



멈춰! 천천히! 그만! 하고 신경 써줄 만큼 용기 있는 이들이 없다. 아니 그만큼 관심 있는 이들이 없다.


천천히라는 단어를 가까이하려고

어느 때보다 애쓰는 요즘...

혹시 간신히 킥보드에 올라타

늘어난 무게로 어느새 가속도가 붙어

방향을 틀기도 어렵고,

천천히 멈출 용기도 없는 건 아닌지

스스로 한 번 더 돌아본다.


<누군가 내 킥보드를 향해 길 한복판에서 크게 천천히! 멈춰! 그만! 하고 소리쳐 줬으면 >


그래서일까? 서영이가 참 부럽다.

피천득의 딸 서영이가...


.

.

.


"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잘 들어주어


밥은 천천히 먹고


길은 천천히 걷고


말은 천천히 하고


네 책상 위에 '천천히'라고 써 붙여라


눈 잠깐만 감아봐요, 아빠가 안아 줄게


자 눈떠



11월 1일 서영이가 사랑하는 아빠



피천득 수필집 <인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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