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올땐 인상쓰지 말고, 인상파!

일상이라는 여행

by 박상민





연일 비가 내린다.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의 피아노 소리를 닮은 빗방울의 소리가 온 사방에 가득하다. 세상에 가득 찬 소리가 온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그 소리는 파리의 한 카페로 이끌어 준다. 한참을 파리를 거닐던 아내와 나는 하늘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짙은 구름이 넓게 퍼지더니 손에 닿을 정도로 하늘은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어깨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 사이 아내와 나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주위 사람들은 아직도 넉넉한 걸음을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배낭이 있었다. 비를 느끼며 넉넉한 걸음을 걷는 것은 이 순간엔 사치였다. 무거운 몸에 비를 피하며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파카페.jpg 파리의 카페는 독특한 분위기와 시선을 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이름 모를 작은 카페의 잠시 서 있었다. 낮게 깔린 어둠은 여독의 피로에 집중된 종아리까지 내려앉았다.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켜자 은은한 냄새가 머리까지 파고들었다. 배에서 일렁이는 호출을 해댔다. ‘멈춰야 한다. 들어가야 한다. 먹어야 한다.’ 결국 들어간 카페에는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작은 규모였지만, 엔틱 한 느낌의 투박한 잿빛 테이블에 오렌지색 등이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고개를 들었는데 벽마다 걸린 작은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카페에 오기 전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봤던 작품들이 카페 입구 한구석에 엽서로 팔고 있었고, 몇 개는 벽에 걸려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파 화가들과 후기 인상파 화가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그림들이었다. 인상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모네의 <인상, 해돋이>부터 후기 인상파의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까지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카페의 세월만큼이나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래도 모네가 심혈을 기울여 표현하려고 했던 르 아부르 항구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프로방스에 가득한 햇살 아래 생동감 있게 표현한 햇살을 담고 있는 해바라기의 모습은 여행의 노곤함을 잠깐 잊게 만드는 마취제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오랫동안 시선을 멈추게 한 작품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였다. 그가 생레미 요양원에 입원했을 때 그렸다는 이 그림은 코발트블루의 강렬한 밤의 빛깔과 그것을 뛰어넘는 빛을 효현 하는 흰색과 노란색의 과감함에 한층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벽에 걸린 작품 중 이 작품만 유일하게 실제로 보지 못했다. 뉴욕 근대 미술관에 소장 중이라는 이 작품을 실제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했다. 이 작품을 그리는 반 고흐는 직접 하늘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밤하늘을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별들이 빛의 잔치를 벌인다고 생각하며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별이빛나는 밤.jpg 빈센트 반고흐 <별이 빛나는 밤>은 언제나 내 마음에 빛을 가져다 준다. (나무위키 사진 퍼옴)


정여울 작가는 <빈센트 나의 빈센트>에서 이렇게 빈센트 반 고흐를 표현한다.


“빈센트는 평범한 데다가 비천해 보이는 것들에서도 최고의 빛과 에너지를 찾아내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사람들은 빈센트가 그린 가난한 노동자, 농민, 광부에게서 ‘불편함’을 느꼈고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빛을 찾아내는 재능은 빈센트 자신에게도 절실했다.”

정여울 <빈센트 나의 빈센트> 중에서



아마 이런 이유로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가져다주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펼쳐지니 자연스레 인상 가득했던 내 얼굴이 차분해진다. 맞은편의 아내는 배고픔과 피곤함이 몰려왔는지 오래전부터 두 눈을 감고 어깨에 기대고 있다. 자신의 마음속에 빛을 찾아낼 수 있던 인상파 화가들이 빗속에 인상을 쓰던 내 얼굴에 생기를 돌게 해주었다.




역시 비가 올 땐 인상 쓰지 말고 인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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