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여행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이 아침에 일렁인다. 조용히 기도할 시간이 없어 에어 팟을 찾았다. 사실 잘했다. 비싸서 고민하다가 샀는데 적절했다. 사방의 소음을 없애준다. 날이 흐리고, 기압이 낮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어려운 일들 속에 마음 추스르기가 어려웠다. 그런 때 나는 성경을 읽거나, 책을 읽는 게 어렵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집중이 안되는데 책이 잡힐 리가 없지 않겠는가? 열심히 뛰고 싶지만 힘이 없다. 그래도 밖에 나가서 걷고 싶은데 그냥 축 늘어지고 싶다.
그래도 이 감정의 어그러짐에서 자유하고 싶다. 그래서 찾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게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생각과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길이 된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이 나는 대로 쓴다. 형식과 방법은 없다. 그저 내 마음에 있는 답답함과 알 수 없는 골짜기를 계속해서 탐험하며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또 내쉰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 다시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댄다. 눈을 감아도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의 키들을 익히고 있기에 나는 쓸 수 있다.
그렇게 쓰다가 멈춰도 좋다. 멈출 때는 그냥 멍하고 멈추었다가 잠이 오면 잠깐 졸아도 된다. 그러다 책상 위에 낡은 피천득의 인연이 나를 부른다. 책을 펼치니 177페이지. 치옹이라는 제목의 글 가운데 나에게 들어오는 문구 하나가 있다.
“벽을 부숴라. 드높은 창공이 얼마나 시원하리.”
한국 수필문학의 대가이자 기틀을 세운 윤오영 선생이 중학교 1학년 때 쓴 글귀. 한참을 바라본다. 벽을 부숴라. 벽을 부숴라. 마음속에 어렵고, 지쳐있는 찌꺼기를 담고 있으니 그는 내가 말한다. 벽을 부숴라. 잠깐 또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음속에 벽을 헐기 시작한다. 견고한 벽은 잘 부서지지 않는다. 그래서 정을 하나 가지고 거대한 망치고 균열을 일으키는 충격을 가져다준다. 이윽고 우지끈 소리가 나며 벽에 금이 가고 부서진 틈 사이로 감정과 찌꺼기들이 빠져나간다.
고맙다. 윤오영 선생의 수필. 다양한 주제 가운데 피천득이 소개해주는 염소라는 수필의 한 대목이 내 어깨를 타고 기분 좋게 귀로 흘러들어온다.
“.... 그리고 주인이 저를 흥정하고 있는 동안은 주인 옆에 온순하게 충실히 기다리고 서 있듯, 그리고 길가에 버려 있는 무청 시래기 옆에 세워두면 다투어 푸른 잎을 뜯어먹듯, 그리고 다시 끌고 가면 먹던 것을 놓고 총총히 따라가듯”
<윤오영의 ‘염소’ 중에서>
그를 향한 고마움과 예찬이 가득한 피천득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다시 천천히 치옹(윤오영의 호)에게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그러한 시간들이 두근 거리며, 누군가 움켜쥐던 심장의 거친 움직임을 침착하게 만든다. 그리고 글을 쓰며 리트머스 시험지에 푸른색이 퍼지듯 내 심정도 어느새 벽을 부수고, 피천득의 설명에 치옹과 함께 거닐고 있음에 기분이 좋다. 그렇게 부서진 마음에 잔잔히 빛이 곁들고 나는 이윽고 두 다리를 뻗고 다시 키보드에 손을 놓고 의자를 기대고 다시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