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번 여섯 살. 1
“배낭 메고 모자 쓰고 신나게 캠핑 간다 배낭 메고 모자 쓰고 휘파람 불며 간다 물놀이 달리기 춤추기 대회 가면놀이 극 놀이 신나는 캠프” 딸아이가 계속 부르던 노래. 언젠가 어린이집에서 노래를 배워오더니 하염없이 부른다. 그리곤 자기 주위에 친구들이 캠프 갔던 이야기들을 나눈다. 재잘대며 누구는 아빠랑 캠프를 가서 무엇을 잡았다. 요리를 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한참을 듣고 있었다. 갑자기 지인들의 모임 속에서 서로 캠핑 도구를 자랑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언제부터였을까? 대한민국의 캠핑 바람이 가득하다. 코로나라서 그런지 해외를 나갈 수 없고, 숙소에 가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가족끼리 캠핑하는 모습이 온갖 예능에서 계속 나왔다. 그런 분위기 속에 나같이 지극히 평범한 아빠들의 모임 속에서도, 캠핑장 다녀온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이런 모임들이 있을 때 그 이야기를 주도해 가는 캠핑 장인이 있다. 그는 침을 튀겨 가며 캠핑의 갖가지 장비들과 어디에 가면 그 장비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장비는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무자비하게 계속 이야기한다.
그런류에 관심이 없는 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맞장구치는 놀라운 스킬이 장착되어있기에 그저 가벼운 호응과 함께 듣고 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차라리 그 돈으로 리조트나 호텔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주머니 속 동전들을 주섬주섬 만지며 왔다 갔다 한다.
그런 상황에 어디서 보고 온 건지 몰라도 딸아이 역시 캠핑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소꿉놀이 속에서도 캠핑놀이를 진행한다. 외동딸을 키우는 상황이라 자주 친구가 되어주고, 상대가 되어주는 과정 속에서 캠핑놀이는 아이에게 자주 등장하는 역할극이다. 아이는 냄비에다가 당근, 배추, 수박, 망고, 생선, 오징어를 넣는다. 물론 모두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모형이다.
이윽고 냄비를 조리대에 올리고, 인덕션에 불을 올린다. 자글자글 끓여진 스프는 아주 맛이 좋다. 캠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 그 순간 나를 사로잡는다. 다양한 표정으로 맛을 음미하는 과정을 아이는 좋아한다. 그리고 진짜 캠핑을 가지 못해 미안하다.
아이는 캠핑에서 불멍을 좋아한다. 어디서 배웠는지 불멍(불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란 단어를 말하며 “불멍 하자!”하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내 비록 캠핑장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다른 아빠들처럼 캠핑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아이와 함께 불멍을 준비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종이로 만들어진 색색의 블록을 가지고 둥그렇게 담을 만든다. 그리고 그 안에 자그마한 컵초를 가져다 불을 켠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불을 껐다. 아이와 나. 그리고 어둠 속에 빛을 드러내는 초와 빨강, 초록, 보라색 별돌이 둘러싸 있다.
아이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좋아한다. 그러더니 담요를 가지고 오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함께 무릎을 덮는다. 그렇다. 어느새 여섯 살이 되었다. 제법 한글도 읽을 줄 알고, 그림의 색도 아주 멋지게 칠하는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다. 조용한 재즈를 틀어놓고 한참을 불을 바라봤다. 아이는 묻는다. “아빠는 불멍이 좋아?” 나는 대답한다. “응 좋아.” 조용히 한참을 있다 아이는 내게 말한다. “나도 좋아.” 그리고 우리는 두 손을 동그랗게 만들고 타오르는 초위로 불을 쬔다.
아이는 말한다. “아빠 따뜻해” 나는 말한다. “나도.” 우리는 조용하게 한참 동안 불멍을 즐겼다. 꽁꽁 얼었던 아이의 발과 손에 온기가 돌았다. 그리고 아이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체 조용히 졸기 시작했다. 정말 편안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몰랐을 것이다. 사실 아빠도 언젠가부터 너의 자그마한 모습에 슬쩍 기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기댈 때 아빠도 너무 큰 힘과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캠핑도 잘 못하는 못난 아빠는 오늘도 자그마한 여섯 살짜리 아이의 몸에 기대 충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