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벗독서토론
<늘벗독서토론 : 정혜신 “당신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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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은 이책의 밑줄
- 공감은 힘이 세다. 강한 위력을 지녔다.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같은 힘을 가졌다. 공감은 돌처럼 꿈쩍 않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살리는 결정적인 힘도 가졌다. 치유의 알파와 오메가가 공감이라고 나는 믿는다. 삶의 생생한 저자거리에서 상처받은 사람들과 마음을 섞고 감정을 공유한 끝에 얻은 깨달음이다.
- 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할수록 공감은 깊어 깊어진다. 그래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 얻게 되는 무엇이다. 공감은 그 문고리를 돌리는 힘이다. 문이 ‘존재 자체’라면 문고리는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이다.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에 정확하게 눈을 포개고 공감할 때 사람의 속마음은 결정적으로 열린다.
-사랑을 갈구하는 대상은 나이가 들면서 부모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친구나 이성 친구에서 배우자와 상사로 옮겨간다. 더 늙으면 자식이나 후배에게 사랑받길 원하기도 한다. 대상은 나이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하지만 욕구 자체는 변치 않는다. 결핍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과 상황 때문에 욕구는 더 절박하고 강렬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에 대한 욕구에 덜 휘둘리며 품위 있게 사는 노년도 있지 않나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 있을 순 있어도 그 이유가 욕망을 잘 절제해서라거나 욕망 자체가 줄어서가 아니다. 그런 사람은 충분히 사랑받고 깊이 인정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욕구로부터 자유롭고 연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열흘을 굶은 사람이 음식 앞에서 품위를 갖출 수는 없다. 일상적으로 잘 먹어야 음식 앞에서 품위를 유지한다. 충족된 욕구는 더 이상 욕구가 아니므로 충분히 사랑받은 사람은 그 욕구에 휘둘리지 않고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 나는 축구선수 지단을 좋아한다. 철벽 수비수들에 둘러싸여 공격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지단이 움직이면 순식간에 공간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 속에서 결정적인 골이 나왔다. 그 순간들을 아직도 떨리게 기억한다. 자신이 창조해낸 공간에서 펼치는 지단의 축구는 아름다웠다. 공감이 그렇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처럼 숨 막히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공감이 몸에 배인 사람은 순식간에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없는 것 같던 공간이 순식간에 눈 앞에 펼쳐진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공감이 하는 일이다. 사람은 그렇게 해서 사지를 빠져나올 수 있다. 공감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