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나는 남자로 자랐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와 남자의 얼굴로 남자로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 너무 자연스럽게 수용했고,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자라다보니 어느새 나를 비롯한 나의 주변의 남자들이 당연한 것에 대한 권력이나 공간을 여성에게 빼앗길깨봐 두려워 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육아의 어려움을 모른채 하루종일 일하다 저녁 늦게 퇴근했는데 너무 지쳐있는 아내의 모습에 도와 달라는 말에 서운해 한적이 종종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는 오히려 그 어린 아이를 살게하고, 자라나게 하려고 쉬는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엄청난 노동을 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갖고 요즘은 육아에 대하여 힘써 함께 해나가고 있다.
남녀간의 무급 노동의 불균형 문제에 대하여 끄집어 낼 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확실히 나아지고 있지 않나? 남자들이 점점 더 많이 하지 않나?”
물론 개인 차원에서 전보다 많이 하는 남자들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으로 범위를 확대해 보면, 전혀 아니다.
저자는 국가차원에서 바라보는 돌봄노동에 대한 시각에 대하여 강하고, 통렬하게 꼬집는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여자들은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가계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무급 노동을 한다. 설사 남자들이 무급노동을 예전보다 많이 한다해도 일상적인 집안일을 하지는 않는다. 노동량의 대부분을 차징하는 것은 빨래, 청소, 설거지 같은일인데도 말이다. 그 대신 아이돌봄 같은, 비교적 즐거운 일만 쏙쏙 뽑아간다. 평균적으로 여자는 가사 노동의 61%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인도 여자의 하루 무급노동은 6시간인데 그중 5시간이 집안일에 사용된다. 반면 인도 남자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은 고작 13분이다.” <102.>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여전히 돌봄노동에 있어서 대다수의 일하는 자들의 성별은 여자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무급으로 치매 노인을 돌보는 사람의 최대 70%가 여자이며, 목욕, 옷입기, 대소변 받기를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 여자이며, 여잘가 누군가를 24시간 간호하거나 치매환자를 5년 넘게 돌볼확률은 2배이상임을 저자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이런 경우 자연스레 여성은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릴확률이 높으며, 이것이 또한 치매를 일으킬수 있는 위험요소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일하지 않는 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을 하고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여자가 존재할 뿐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