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10년전 조용히,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병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엄마 옆에서 책을 보며 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창밖으로 가을바람에 어수선하게 흩날리는 낙엽들과 꽤나 쌀쌀했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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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병실 앞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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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하나가 날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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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나의 모든 방황과 미련함과 부끄러움을 감당해주고 있으셨던 청년부 담당 전도사님이셨다.
검은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으시고는 그 큰 손에 유난히도 작은 책과 함께 그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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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서 왔어요, 홍집사님 괜찮으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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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큰 눈 안에 걱정스런 눈빛 가득 담아 그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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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 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병실 앞에 같이 서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엄마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고 그는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침상 옆에는 작은 책과 함께 음료수 한 박스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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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계속 귓가에 맴도는 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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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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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옆에서 간병 하면서도 어떻게 기도해야할 줄 몰라 어수선함 가득이었던 마음이..
빨리 낫게 해달라는 말 조차, 기도로 꺼내내기가 두려워 미루기만 했던 매달리는 그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엄마를 위해,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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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20대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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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이자, 멘토이자, 동역자이자였고, 나를 위해 아니, 그의 주위 사람들의 상황에 진심을 다해 간절히 기도해주는 중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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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오해하고 날선 교만함으로 그릇된 길로 가려 하던 어리석은 한 청년을..
그는 기다려줬고, 또 품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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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청년부 모임을 매주 이어가던 그 때..
멀리서 모여야하는 번거로움까지도 무색하리만큼 그 모임은 우리에게 따듯했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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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의도치 않게 각각의 사정으로 아무도 모이지 못했던 그 때..
일정 마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달려가보니..
잔잔한 불빛 텅 빈 본당 앞에서 조용히 기타를 치며 홀로 찬양하던 그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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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과 참 많이 닮아있던, 하늘을 참 좋아해 자주 위를 올려다보던 그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책을 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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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이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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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라는 예쁜 보석과 함께 그는 영혼을 사랑하는 아비에서 진정한 육의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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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에 읽어내려간 그의 책 한구절 한구절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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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자이지만, 일반성도들의 입장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사역자였으며, 또한 그런 삶을 짧게나마 경험해본 사역자였다.
그래서일까.. 그가 하는 위로는, 그가 하는 조언은 모든 것이 수용 되었다.
그 밑에 깊숙이 깔려있는, 그 안에 잠잠히 흘러나오는 깊은 사랑을 우리 모두 느꼈기 때문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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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또 깨달아가고.. 또 무너져감을 경험한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무릎을 치며 함께 공감하는 구절들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살며시 웃기도 하고, 가슴 저리게 함께 울기도 했다. 귀한 선물로 주신 아이를 양육해가는 과정이 그 책임감과 두려움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부모라면 느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공감되어지며 해소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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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중, 특히 가정에 대한 그의 생각이 너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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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인정해 주며, 이로 인해 타인을 배려함으로 서로 세워주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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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함을 인정해 주는 가장 작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는 “가정”이다. 서로의 개인을 인격으로 대하고 존중해주며, 가장 가깝고 편하지만 쉽게 생각하는 대상이 되지 않게 가정의 부모는 만들어가야 한다.“(아빠라는 이름 아래.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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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하나님나라를 참 사랑하고 중요시 생각했던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구절이다. 한 아이의 인격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며, 그 안에 계시는 하나님 그리고 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나라를 경험하게 하는 귀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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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육아..그리고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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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모든 것들은 사랑이라는 씨앗으로 심겨져 싹을 틔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사랑의 깊고 얕음은 눈에 보이는 크기와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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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함께하는 공동체지만, 더 외로울 수 있는 공동체.
매일 함께하는 공동체지만, 더 상처받을 수 있는 공동체.
예전보다 더 풍족해지고 더 편안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외롭고, 더 아픈 사회가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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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부모라면..
누군가의 딸, 아들이라면..
누군가의 가족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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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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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영혼 한 인격을 마음 다해 사랑하는 그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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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거대한 기쁨이었던 하늘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박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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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이름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