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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Jul 11. 2023

아빠라는 이름아래

책추천

10년전 조용히,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병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엄마 옆에서 책을 보며 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창밖으로 가을바람에 어수선하게 흩날리는 낙엽들과 꽤나 쌀쌀했던 오후.

“자매님, 병실 앞이예요”

문자 하나가 날라온다.

20대 시절, 나의 모든 방황과 미련함과 부끄러움을 감당해주고 있으셨던 청년부 담당 전도사님이셨다.

검은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으시고는 그 큰 손에 유난히도 작은 책과 함께 그가 서 있었다.

“걱정되서 왔어요, 홍집사님 괜찮으신거죠?”

여러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큰 눈 안에 걱정스런 눈빛 가득 담아 그가 서 있다.

별말 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병실 앞에 같이 서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엄마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고 그는 돌아갔다. 그가 돌아간 침상 옆에는 작은 책과 함께 음료수 한 박스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그날 밤.. 계속 귓가에 맴도는 그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계속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자매님..”

엄마 옆에서 간병 하면서도 어떻게 기도해야할 줄 몰라 어수선함 가득이었던 마음이..

빨리 낫게 해달라는 말 조차, 기도로 꺼내내기가 두려워 미루기만 했던 매달리는 그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엄마를 위해,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그는 내 20대에 있어서,

친구이자, 멘토이자, 동역자이자였고, 나를 위해 아니, 그의 주위 사람들의 상황에 진심을 다해 간절히 기도해주는 중보자였다.

하나님을 오해하고 날선 교만함으로 그릇된 길로 가려 하던 어리석은 한 청년을..

그는 기다려줬고, 또 품어주었다.

토요일 저녁 청년부 모임을 매주 이어가던 그 때..

멀리서 모여야하는 번거로움까지도 무색하리만큼 그 모임은 우리에게 따듯했고, 포근했다.

어느 날 의도치 않게 각각의 사정으로 아무도 모이지 못했던 그 때..

일정 마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달려가보니..

잔잔한 불빛 텅 빈 본당 앞에서 조용히 기타를 치며 홀로 찬양하던 그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파스텔과 참 많이 닮아있던, 하늘을 참 좋아해 자주 위를 올려다보던 그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책을 내셨다.

“아빠라는 이름 아래”

'하늘'이라는 예쁜 보석과 함께 그는 영혼을 사랑하는 아비에서 진정한 육의 아빠가 되었다.

한숨에 읽어내려간 그의 책 한구절 한구절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사역자이지만, 일반성도들의 입장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사역자였으며, 또한 그런 삶을 짧게나마 경험해본 사역자였다.

그래서일까.. 그가 하는 위로는, 그가 하는 조언은 모든 것이 수용 되었다.

그 밑에 깊숙이 깔려있는, 그 안에 잠잠히 흘러나오는 깊은 사랑을 우리 모두 느꼈기 때문일터..

아이를 키우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또 깨달아가고.. 또 무너져감을 경험한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무릎을 치며 함께 공감하는 구절들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살며시 웃기도 하고, 가슴 저리게 함께 울기도 했다. 귀한 선물로 주신 아이를 양육해가는 과정이 그 책임감과 두려움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부모라면 느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공감되어지며 해소되는 느낌..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중, 특히 가정에 대한 그의 생각이 너무나 좋았다.

“나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인정해 주며, 이로 인해 타인을 배려함으로 서로 세워주는 공동체”

“나의 특별함을 인정해 주는 가장 작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는 “가정”이다. 서로의 개인을 인격으로 대하고 존중해주며, 가장 가깝고 편하지만 쉽게 생각하는 대상이 되지 않게 가정의 부모는 만들어가야 한다.“(아빠라는 이름 아래. p279)

예전부터 하나님나라를 참 사랑하고 중요시 생각했던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구절이다. 한 아이의 인격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며, 그 안에 계시는 하나님 그리고 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나라를 경험하게 하는 귀한 공동체..

부부..육아..그리고 가정..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사랑이라는 씨앗으로 심겨져 싹을 틔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 사랑의 깊고 얕음은 눈에 보이는 크기와 기준으로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매일 함께하는 공동체지만, 더 외로울 수 있는 공동체.

매일 함께하는 공동체지만, 더 상처받을 수 있는 공동체.

예전보다 더 풍족해지고 더 편안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외롭고, 더 아픈 사회가 지금의 현실이 아닐까..

누군가의 부모라면..

누군가의 딸, 아들이라면..

누군가의 가족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 영혼 한 인격을 마음 다해 사랑하는 그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거대한 기쁨이었던 하늘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박상민-


#아빠라는이름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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