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생각하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문학시장은 하루키 열풍에 모두들 놀랬다.
2009년에 출간된 「1 Q84」 1,2권은 주요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19주 동안 연속 종합 1위에 올랐고 8개월 만에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통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조지 오웰'이다.
하루키의 「1 Q84」가 조지 오웰의 작품인 「1984」 를 모티브로 삼고 있기에 그렇다. 이처럼 조지 오웰의 시대를 앞서간 통찰력은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영향력을 끼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의 진가를 더해 가는 게 바로 ‘고전’이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끊임없이 고전의 한 축에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 때문일 것이다. 그의 독특한 세계관이 잘 반영된 또 하나의 책이 바로 「동물농장」이다.
조지 오웰을 '20세기 최고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든 작품은 「1984」이지만 그를 문제의 작가 반열로 올린 것이 바로 「동물농장」이다. 존스 씨가 경영하는 농장, 늙은 돼지인 메이저 영감의 꿈 이야기와 연설로 시작되는 풍자적 우화소설이다. 이 책의 시작은 인간들을 몰아낸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볼이 중심이 되어 농장을 운영해가며 시작된다. 동물들만의 사상체계를 다듬어 '동물 주의'를 만들고, 농장에 '동물농장'이라 써넣는다. 또한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개념 아래 일곱 계명을 만든다.
그런 가운데 동물들의 지도자인 나폴레옹은 스노볼을 변절자로 낙인찍고 내쫓아 버린다. 그것을 시작으로 그는 ‘동물농장’ 사회의 불만을 품은 동물들을 무참히 처형시키며 점점 평등의 개념을 없애버린다. 시간이 흘러 반란에 참여했던 동물들을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나폴레옹의 욕심과 광기로 다시 과거 인간이 다스리던 농장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동물농장과 동물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책은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스탈린이 주도한 소비에트 연방의 수립 과정을 비유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볼셰비키 혁명은 이른바 역사상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이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말했던 조지 오웰은 정치 풍자를 우화 형식에 얹음으로써 소비에트 비판과 독재의 비판이라는 양날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본 러시아 혁명은 성공한 혁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회주의 혁명의 이름으로 사회주의를 배반한 혁명, 권력놀음으로 끝난 부패한 모순된 혁명이다.
그래서 그는 풍자의 방법으로 러시아 혁명을 물어뜯고 비꼬고 우스갯소리로 만든다.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사회주의의 맹점을 비판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조지 오웰이었기에 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우화소설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날카로운 풍자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통찰력은 가공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영향을 끼치며 읽히는 이유는 오늘날 현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에 탄생한 작품이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과 모습을 이 작품 곳곳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이 역시 ‘고전’ 임을 증명하는 근거이다. ‘동물농장’은 지금도 있고 미래 세계에도 끊임없이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도 ‘동물농장’을 꿈꾸며 동물농장 만이
이 세상의 구원이라 여기며 열심히 ‘동물농장’을 만들어 가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라고 말하며
‘나의 농장’
을 만들었던 나플레옹의 욕망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