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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민 May 27. 2021

노년의 삶을 먼저 엿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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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어버이날, 아버님 생일. 모든 것이 몰려있는 오월. 우리 가정에는 어버이날 있는 가정의 달이 아니라 실제적인 가족 행사들이 연이어 있는 달이다. 그렇게 오월을 지나다 보면 다른 어느 달 보다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어느새 아버지,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멀디먼 부산으로 이사온지 7년. 함께 살던 동생마저 결혼하게 되어 가정에서 떠나게 되었다. 요즘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어릴 적부터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내 기억 속 이전의 두 분의 삶. 그리고 이제는 내가 없는 그곳에서 노년에 부부로 살아가는 요즘. 아버지께서는 은퇴 이후 다른 일을 하고 계시고, 어머님께서도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



내가 그 나이가 되면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올리브 키터리지>는 노년의 삶을 엿볼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생각하게 만들어버린다.


 인생의 황혼의 무렵. 그 시간에 다시 시작하는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가족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자녀의 출가와 배우자의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복잡하고도, 예측되지 질문을 현실적이며, 실제적이고, 때로 정말 우리 옆집에 있을 것만 같은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 “퉁명스럽고 허점이 많으면서도 매혹적인 인물 올리브가 있고, 독자의 정서에 진하게 호소하는 세련된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다. 수학 교사 생활을 하다가 정년 퇴임한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를 중심으로 남편 헨리와 아들 크리스토퍼 그리고 이웃들과의 다양한 이야기. 그 서사 속에서 때로 당황스러울 정도로 퉁명스럽고, 고집이 세며, 자신의 감정 노출에 과감 없는 그녀 올리브.      


 점점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녀는 아들을 결혼시키고, 남편의 병간호를 하게 되고, 칠십이 넘어서도 새로운 사랑을 통해 인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다양한 인물의 사실적 묘사와 함께 그럴싸한 이야기 전개들은, 책을 잠깐 멈추고 마음을 진정시켰다가 보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 너무 몰입이 되어, 새롭게 찾아온 사랑을 읽어가며 은은한 미소를 만들기도 한다. 특별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올리브가 만나게 된 잭 케니슨과의 만남은 책의 다양한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남편은 죽고, 하나뿐인 아들은 자신을 무시하는 존재로 변하고, 외로움의 끝에서 만나게 된 새로운 만남. 내 어설픈 추측으로 노년의 삶을 그렸던 것과 다른 모습으로 그 둘에게는 정신적 사랑뿐 아니라, 감정과 신체적 사랑 역시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그리고 있다.      


 서로에게 필요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 티격태격 돼도 그들은 곧 대화를 나눴다. 책은 둘의 모습을 이렇게 담았다.


 “그래서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쁘지 않았다.
   둘 다 말을 하고 들어줄 말동무가 필요한 듯했고, 그렇게 했다.
   그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리고 좀 더 들었다."

<올리브 키터리지. 466.p>


노년의 삶에도 여전히 말할 사람이 필요하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또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에게 찾아오는 그 시절. 어쩌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어버린 부모님이 보내고 계실 이야기. 그 이야기에 빠지다 보니 눈가에 주름이 핀 어머니와 검버섯이 어느샌가부터 올라온 아버지의 얼굴이 그리웠다. 언젠가 찾아올 그 이야기를 먼저 살고 계시는 두 분에게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그분들도 지금 우리와 마찬가지로 들어줄 사람, 말할 사람, 사랑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나도 그분들이 필요하니까.

드라마로도 나올정도로 재미와 함께 가져다 주는 것이 많은 <올리브 키터리지> 가정의달에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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