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했다. 내가 아는 많은 세상은 현실보다는 책에서 더 먼저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절 많은 이들이 그랬든 물질적으로 부족했고 실제로 경험하기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책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에서 보는 것처럼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 책에서 만나는 어른은 현명했고 책임감이 있고 사리분별이 분명했다. 물론 책에도 멋진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는 어른은 책에서 본 어른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어른들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권위를 내세우거나 나이 어린 사람이 굴복하기를 요구했다. 집안 어른도 학교 선생님도 딱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책에서는 다르게 얘기하고 있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 잘 여문 곡식은 자연히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이만 든 어른은 그렇지 않더라. 아이는 미성숙해서 잘못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부족하더라. 실수를 타박하기 바빠서 포용하고 안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더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나 역시 부족한 사람이고,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메워주고 보듬어 주기도 하면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에서 본 완벽히 성인군자 같은 사람은 여태 만나본 적 없다. 하지만, 성숙한다는 건 마음의 힘을 키우고 포용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나도 어른이 되었지만, 진짜 어른다운 어른이 되었는지는 자신이 없다. 책에서 보았던 이상적인 어른이 되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미성숙해 보이는 어른들로부터 받았던 상처들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담담한 척 감추었던 내 마음이 안쓰러웠다. 내 감정도 소중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했는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미성숙한 것인 듯 여겼던 적도 있다. 정말 성숙해진다는 것은 감정을 제대로 잘 표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