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친구와 함께 여행을 했다. 첫 해외여행이었고, 가이드와 함께 하는 배낭여행이었다. 당연히 모객수만큼의 동행이 생길 터였지만, 부모님은 굳이 친구 누구라도 함께 가길 원하셨다. 같은 분반이던 친구들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했을 때, 그 친구가 함께 해주기로 해서 정말 기뻤다. 내가 열심히 알아본 정보에 맞추어 준비를 했고, 친구는 내 덕에 큰 노력 없이 여행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좋아했다.
공항에 모여 출발했을 때 보니, 우리 팀의 대부분이 둘씩이나 셋씩 친구들이 함께 온 것이었다. 신나고 들뜬 마음에 모두들 자기소개를 하고 난 후에 함께 온 친구와 짝이 되어 이동을 하거나 같은 방을 이용했다. 한 달 동안 우린 티 나게 싸운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린 그때 확실히 알았다.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나는 역사나 지리를 잘 몰랐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는 나보다 사람들과 유연하게 잘 지낼 줄 알았지만 쇼핑에 더 관심이 많았다. 며칠을 지내고 보니 어떤 날은 짝을 달리해서 다니곤 했다. 특히 기억나는 동행들은 비올라를 전공하는 언니들이었다. 고교 때부터 같은 전공이라는 단짝이었다. 예쁘고 성격도 좋은 언니들이었는데, 여행을 와보니 은근히 안 맞는 점들이 있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를 속상하게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친하게 지냈더라도 함께 생활을 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하고 더 많이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유럽의 곳곳에 발자취를 남기면서 동행하는 동안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어릴 적이라 가족 이외의 이들과 그리 오래 떨어져서 지내본 적이 없었다. 말이 원활히 통하지도 않는 곳이어서 더더욱 서로의 협력이 필요했다. 때로는 누군가의 순발력이 필요했고 때로는 재치가 필요했다. 때로는 기대어 울 어깨를 내밀어야 했고, 때로는 웃을 수 있게 유머도 나누어야 했다. 동행이란 특별할 것 없어도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