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물빛

춤추는 이들을 보면 황홀하다. 몸짓으로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다니, 눈은 무용가의 몸짓에 고정한 채로 머리로는 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곤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몸을 쓰는 데에는 별로 재주가 없었다. 달리기도 늘 뒤에서 맴돌았고, 열심히 몸짓을 따라 해보아도 어른들은 영 뻣뻣하다고 놀리곤 하셨다. 내성적인 성격에 그런 말을 들으면 풀이 죽어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잘하는 아이들을 보며 박수치고 호응해 주는 것만이 내 역할인 것만 같아서 부럽고 아쉬웠다.


대학 새내기 시절 첫 축제에 새내기들에게는 춤 미션을 주었다. 고교 동문회에서도 동아리에서도 그랬다. 공강시간을 맞추어 동문들과는 탱고연습을 하고, 주말에는 동아리에서 힙합을 연습했다. 탱고는 이전부터 있던 안무였는데, 힙합은 한국에 들어오던 시기이고, 이전의 춤과는 많이 달라 우리들의 능력으로는 최소화한 동작만 가능했다. 내 몸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안무를 익히던 시간이 기억난다. 의외로 탱고공연이 선전을 했다. 선배들은 환호했고, 나와 내 파트너인 친구는 앵콜공연도 했다. 연습도 많이 해야겠지만,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동작을 크게 하는 게 비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환호를 받는다는 것은 아주 짜릿했다.


그 이후로 춤과는 다시 데면데면하게 지낸다. 하지만, 춤추는 이들에 대한 동경 덕분인지 인연이 생겼다. 대학생일 때 예고 무용과 학생을 가르쳤다. 한국무용 전공이라 특히 더 작고 예쁘던 그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열성을 다해 춤추고 공부를 했고, 내게 언니라며 엄청 잘 따랐다. 어엿한 무용가가 되면서도 가끔씩 안부를 전해오곤 한다. 덕분에 몇 년에 한 번 부산에서 공연할 때면 가서 본다. 춤에 대해선 여전히 잘 모르지만, 공연 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하고 감격하며 감상한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춤을 잘 추는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 몸짓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속에 성큼 걸어 들어가 보고 싶을 만큼이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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